30년 1위 개풍약국, 올해 명단서 빠져
바로 옆 시장큰약국, 최고가로 등극
1년 전 1㎡에 500만원 큰 차이났지만
시장큰약국, 변압기 철거 후 크게 올라
‘경북 지가 1위.’ 포항 죽도시장에 자리 잡은 개풍약국에 별칭처럼 붙어 있던 이 타이틀이 바로 옆 시장큰약국에 넘어갔다. 50년 동안 시장 입구를 지킨 개풍약국은 최근 30년 동안 경북에서 지가 1위를 기록한 약국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 속에 더욱 논란이 됐던 올해 개별공시지가 산정 과정에 실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이유를 들여다봤다.
3일 경북도에 따르면 포항 북구 죽도동 596-16번지의 시장큰약국이 1㎡당 1,280만 원으로 평가돼 ‘경북 지가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도내 423만 필지 개별공시지가 목록에서 맨 위에 오른 것이다. 시장큰약국 바로 옆 597-12번지의 개풍약국도 1㎡당 1,280만 원으로 평가됐지만, ‘번지수’ 때문에 아래로 밀렸다. 공시가에서 가격이 같을 경우 빠른 번지수의 부동산이 앞에 온다.
두 약국이 위치한 죽도시장 입구는 포항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선거철만 되면 유세 차량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인다. 죽도시장 한 상인은 “선거철 서울서 오는 정치인들이 포항에 온다고 하면 가장 먼저 오는 곳이 이곳”이라고 말했다.
경북 최고의 금싸라기 땅 순위 역전은 개풍약국의 지가가 떨어지고, 시장큰약국의 지가가 급등하면서 일어났다. 지난해 1,320만 원과 830만 원이던 지가는 각각 하락(40만 원)하고 상승(450만 원)하면서 1,280만 원으로 같아졌다. 1년 전만 해도 500만 원가량의 두 약국 땅값 격차가 1년 사이에 사라진 것이다.
죽도시장 상인들은 대형 변압기가 두 약국의 지가를 뒤바꾼 것으로 봤다. 지난 30년간 시장큰약국 왼쪽에 위치한 변압기 4대가 땅 밑으로 들어가면서 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각 변압기는 높이 약 1.5m에 가로·세로 1~2m의 크기였다. 포항시 일자리경제노동과 관계자는 “시장 점포 수백 곳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지만, 시장 길목을 막아 통행 불편과 위험을 우려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며 “한국전력에 요청해 시비 6억 원을 들여 지하 매설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시장큰약국 땅의 지주는 "변압기가 철거된 뒤 어두침침하던 건물 분위기가 밝아졌다”며 “택배 차량이 시장 안으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면서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시 민원토지정보과 관계자도 "공시지가 조사 때 도로 유무를 많이 따진다"며 "변압기 자리에 길이 생기면서 지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풍약국의 지가 하락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경북 지가 1위 자리를 경쟁 약국에 넘긴 개풍약국은 공시가 하락에 따른 각종 세금 감소를 위안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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