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사 인종학살' 100주기?
바이든, 성명 발표, 현장 방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흑인 수백 명이 숨진 1921년 ‘털사 인종 학살’ 100주기를 계기로 “인종차별 뿌리를 뽑겠다”라고 다짐했다. 1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州) 털사 현장을 찾아 당시 생존자들도 직접 만났다. 하지만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확인된 미국 내 흑백 갈등은 여전하고 뿌리 깊은 인종차별 구조를 바꾼다는 약속이 결국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도 많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 성명을 통해 “100년 전 폭력적인 백인 우월주의 폭도들이 오클라호마 털사 그린우드의 번화한 흑인 구역을 습격하고 파괴했다”며 “미국 국민들에게 인종 테러의 깊은 뿌리를 반성하고 나라 전체의 조직적인 인종 차별을 근절하는 작업에 다시 헌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 중남부에 있는 털사 그린우드는 당시 ‘블랙 월스트리트’라고 불릴 정도로 부유한 흑인 동네였다. 주민 상당수는 남북전쟁 후 탈출한 흑인들이었고 이들은 이곳에서 부를 일구고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뒤 백인 KKK(큐 클럭스 클랜)단과 현지 백인 경찰이 흑인들을 죽이고 집과 일터를 불태웠다. 이렇게 해서 100~300명의 흑인이 숨졌고, 1만 명이 집을 잃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학살 이후에도 불탄 집 재건을 방해하는 지방의회의 건축 관련 조례 제정,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으로 흑인을 계속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7년에야 폭력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첫 조사가 시작됐고, 그 후 16년이 흐른 2013년 경찰이 공식 사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연방정부는 흑인사회로부터 부와 기회를 박탈하는 데 있어 자신이 해왔던 역할을 고려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반성했다. 이어 △소수민족 소유 사업 후원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한 기회 확대 △인종 형평성과 환경정의 촉진 △경제적 접근 촉진 보장을 약속했다. 흑인사회 아동과 가정 보호, 중소기업 자본 제공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조직적 인종차별을 근절하고 지역사회와 삶을 재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미국인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1일 107세인 비올라 플레처 등 털사 인종학살 생존자 3명을 만나고, 흑인역사박물관 겸 교육관 역할을 하는 그린우드문화센터도 둘러봤다. 이날 털사시와 오클라호마주 고고학 조사팀은 100년 전 학살 희생자 유해 발굴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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