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치유' 전시 8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TO LIVE WITHIN OR WITHOUT SOCIETY(사회 안에서 살 것인가 바깥에서 살 것인가)?’
작가 안드레아 지텔은 대형 합판에 집과 나무를 그리고 그 위에 이 같은 문구를 썼다. 2013년에 완성된 작품이지만 작가의 이 물음은 지금 팬데믹 상황의 우리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전 지구적 재난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 동시대 작가 35명의 작품 60여점을 볼 수 있는 ‘재난과 치유’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이다. ‘징후와 증상’ ‘집콕, 홀로 같이 살기’ ‘숫자와 거리’ ‘여기의 밖, 그 곳의 안’ ‘유보된 일상, 막간에서 사유하기’ 등 5가지 주제로, 코로나19 시대 삶의 의미를 성찰하고 위로하는 내용을 선보인 전시다.
전시장 입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요제프 보이스의 ‘곤경의 일부’. 작가는 2차 세계대전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자신을 구할 때 타타르 유목민이 사용했던 펠트를 이용해 작품화했다. 생명 보호, 회복을 상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 노동자의 삶을 비춘 작품들도 인상적이다. 홍진훤의 ‘Injured Biker(부상 당한 바이커)’는 다리를 절뚝거리는 배달원 이미지 위에 ‘Stay Home. Save Lives(집에 머물러라. 생명을 지켜라).’라고 써놓았다. 누군가의 안전이 누군가의 위험을 담보로 성립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차재민의 ‘미궁과 크로마키’에서는 용역 노동자가 케이블을 설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두를 연결하는 일이지만, 노동자는 이 작업을 혼자서 하고 있다.
지긋지긋한 재난 상황이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김범의 ‘무제-친숙한 고통#12’는 캔버스에 아크릴로 미로를 보여주고 있다. 복잡한 미로이지만 마침내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가 있다.
전시장을 나서면 숯으로 만든 이배의 대형 설치작 ‘불로부터’를 만날 수 있다. 나무가 타고 남은 것에 존재감을 부여한 것인데, 이는 죽음에서 삶으로, 소멸에서 생성으로 순환하는 것을 보여준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코로나19 난국을 미술로 적극 끌어안기 위해 기획한 야심작”이라며 “치유의 힘을 가진 미술로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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