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홍창기가 5월 19일 잠실 NC전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포효하고 있다. 뉴스1
LG의 강점은 외야 풀이다. 김현수를 비롯해 이천웅 채은성 이형종 홍창기까지 5명 중 어느 4명(지명타자 포함)이 나가도 이상할 것 없는 탄탄한 조합이다. 류지현 LG 감독도 시즌 개막 전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상대 투수 성향에 따라 외야진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잘 할 때 얘기다. 개막 2개월을 맞는 시점에서 류 감독의 행복했던 고민은 고심으로 바뀌었다. LG는 타선 침체로 악전고투 중이다. 하지만 한 선수는 예외다. 붙박이 톱타자로 출전 중인 홍창기는 시즌 초부터 기복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5월까지 4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2(170타수 53안타) 3홈런 23타점을 기록 중이고, 출루율은 0.459로 강백호(0.493ㆍKT)에 이어 전체 2위다.
2군 선수였다가 지난해 이천웅의 부상 공백을 꿰차며 단숨에 주전 선수가 된 그는 신인왕 후보에 오를 만큼 꿈 같은 한 해를 보냈다. '눈 야구'로 1군에 살아남아 높은 출루율(0.411)을 기록했지만 타율(0.279)이 다소 아쉬웠다. 올 시즌 홍창기는 단점 없는 '완성형 톱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종합적인 타격 지표인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도 양의지(2.61ㆍNC) 김재환(두산) 이정후(키움ㆍ이상 2.49) 등 리그 간판타자들에 이어 4위(2.28)를 달리고 있다.
홍창기는 본보와 통화에서 "시즌 초반부터 3할 타율을 유지하다 보니 운 좋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타격이 향상된 비결로 '적극적인 타격'을 꼽았다. 그는 "1번 타자지만 너무 지켜보지 않고 치는 게 좋은 결과가 나올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자신감의 원천엔 탁월한 선구안이 깔려 있다. 지난달 30일 잠실 키움전에서 홍창기는 볼넷만 4차례 골라 나가 2득점 하며 모처럼 장기를 살려 팀 승리를 도왔다.
홍창기는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올 시즌 출루율 타이틀도 욕심내볼 만하다. 출루왕은 강타자의 전유물이다. 올 시즌에도 강백호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상대 투수들이 정면 승부를 피하기 때문이다. 홍창기가 출루왕에 오르면 1994년 해태 이종범(현 LG 코치) 이후 27년 만에 '톱타자 출루왕'이 된다. 홍창기는 "올 시즌에도 출루율은 4할이 목표다. 그보다 타율 3할을 치고 싶다"고 목표를 드러냈다.
특히 홍창기가 LG 외야진에서 류 감독의 큰 신뢰를 받고 있는 점은 수비다. LG는 공격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야 수비가 불안해 최근에도 그르친 경기들이 있다. 홍창기는 빠른 발과 센스를 앞세워 군계일학의 수비 솜씨를 뽐낸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톱타자 홍창기의 진화에도 LG는 연승, 연패를 반복하는 불안정한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홍창기는 "투수들은 잘해주는데 타격이 뒷받침을 해주지 못했다.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