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불륜 폭로" 공갈에도… 윤중천 전 내연녀 무죄 받은 까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불륜 폭로" 공갈에도… 윤중천 전 내연녀 무죄 받은 까닭

입력
2021.05.31 21:00
수정
2021.05.31 21:49
10면
0 0

檢, '김학의 수사' 도움 받으려 제출 받은 후
제출자 개인 비리 포착해 수사하는 데 활용
법원 "독수독과 원칙… 위법수집 증거 배제"

'별장 성접대' 의혹의 당사자인 건설 브로커 윤중천씨가 지난 2019년 5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별장 성접대' 의혹의 당사자인 건설 브로커 윤중천씨가 지난 2019년 5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검찰 수사를 돕기 위해 사건 관계인이 자진해서 제출했던 휴대폰이 정작 당사자의 새로운 범죄 혐의를 밝히는 증거로 쓰였다면 이를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법원은 최근 검찰의 별건(別件) 수사 끝에 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범죄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증거수집 절차가 위법했다면 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 당사자인 권모(60)씨는 이른바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인 건설 브로커 윤중천씨와 내연 관계에 있었다. 권씨는 ‘김학의 동영상’이 유출되고 공론화되는 데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로, 2019년 검찰이 김학의 사건 재수사에 착수하자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2013년 경찰 수사 당시 청와대 외압 의혹 등을 살펴보고 있던 검찰은 ‘김학의 동영상’ 확보를 위해 권씨에게 휴대폰을 임의로 제출 받았다.

검찰은 권씨 휴대폰을 포렌식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학의 수사와는 관련 없는 권씨의 개인 비리 정황을 포착했다. 권씨가 2013년 사귀던 최모(62)씨와 공모해, 최씨의 전 내연녀 A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단서가 발견된 것이다. 휴대폰에는 권씨가 A씨에게 “당신 남편에게 최씨와의 불륜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1억 원을 요구한 문자메시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실제 권씨와 최씨는 A씨로부터 7,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원래 들여다보려고 했던 김학의 사건과는 무관한 내용이었지만, 검찰은 이 문자메시지 등을 증거로 삼아 권씨와 최씨를 공동공갈 혐의로 기소했다. 권씨 입장에선 수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제출한 휴대폰이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권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문자를 바탕으로 받아낸 권씨와 최씨의 진술 등 2차 증거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상 위법한 증거는 재판 근거로 쓸 수 없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재판부도 ‘위법수집 증거 배제’ 원칙에 따라 5월 28일 이들의 공동공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권씨가 휴대폰 제출 당시에 작성한 확인서에는 ‘(김학의) 수사외압 의혹 사건에 관해 휴대폰을 압수한다’고 기재돼 있어 휴대폰 압수 범위도 이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가 문자를 유죄 증거로 삼으려면 따로 영장을 발부 받거나 이 부분을 특정해 다시 임의제출을 받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최씨가 2012~2013년 권씨에게 “윤중천이 엄벌을 받게 도와줄 테니, 경찰들을 만나는 데 드는 비용을 달라”고 요구해 3,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는 유죄로 판단했다. 홍 부장판사는 “해당 혐의와 관련해 권씨 휴대폰에서 확보된 문자는 수사 단서를 제공한 정도에 불과하고, 상세한 범행 내용은 권씨 진술 등에 의해 구체화됐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최나실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