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과정서 변호사들 추가 피해 인지… 수사 의뢰"
"피의자 사망해 사건 종결돼도 수사결과 공개 가능"
법조계엔 "사건 재발 방지 위해 실무수습제 개선을"
내 한 몸도 못 지킨 내게 변호사 자격이 있을까. 이는 지난 1년간 자신에게 계속하여 던졌던 질문이고 스스로를 혐오하게 만든 굴레였습니다. 가해자 고소는 저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습니다. 가해자는 죽음으로 지금도 저에게 위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신입 변호사 미투' 피해자 A씨 입장문
피의자인 로펌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한 '신입 변호사 미투(Me Too·성폭력의 사회적 고발) 사건'의 피해자 측이 경찰에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내린 판단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피해자 측은 또 다른 피해자 2명이 피의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인지해 경찰에 수사 요청을 했다고도 밝혔다. 법조계에는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자성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피해자 A씨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3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곡빌딩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가 고소를 결심하게 된 경위와 피의자 사망 이후 풀어야 할 과제 등을 밝혔다. 사건 피의자였던 로펌 대표 변호사 B씨는 자신의 서초동 로펌에서 실무수습 과정을 마치고 일하던 변호사 A씨에게 10차례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12월 고소당했다. B씨는 피소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인 26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로 발견됐다.
이날 A씨 측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사건은 지난해 3월 31일 A씨가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B씨로부터 연락을 받고 돌아간 로펌 회의실에서 처음 발생했다. B씨는 이곳에서 저항하는 A씨를 상대로 성추행 및 강간미수 범행을 저질렀고, 이틀 후 저녁 같은 장소에서 A씨를 성폭행했다. 이를 기점으로 같은 해 4월 26일까지 한 달여간 B씨에게 일상적인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A씨 측 설명이다.
A씨는 B씨에게 지속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지난해 5월 2일 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날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B씨는 퇴사 의사를 밝힌 A씨에게 "연봉을 올려주려고 했다" "내가 회사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할까" 등의 말로 범행을 인정하고 A씨를 회유하려 했다. A씨는 같은 해 6월 15일 퇴직 절차를 마무리했으며, 심리 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던 지난해 12월 B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A씨 측은 고소를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추가 피해자의 존재를 언급하기도 했다. A씨 측에 따르면, B씨는 성폭력 행위를 거부하는 A씨에게 "과거엔 이런 일도 있었다, '미투'할 일은 아니지 않냐"는 취지로 발언했고, A씨는 이를 계기로 '최소 2명의 변호사가 B씨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A씨 측은 3월 해당 내용을 의견서로 정리해 서초경찰서에 추가 수사를 요청했다.
A씨 측은 B씨가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사망했지만, 실체적 진실 규명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경찰 등이 지금까지 이뤄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법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피의자 사망으로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되더라도, 이와 별개로 수사 결과는 공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가해자의 죽음으로 저는 악의에 찬 질문과 의혹 어린 시선 속에 남게 됐다"며 "지난 6개월 동안 사건을 수사했고 최근 결론을 내렸던 서초경찰서의 판단과 이를 근거로 한 검찰의 입장을 알고 싶다"고 밝혔다.
A씨 측은 청년 변호사의 입지를 악화시키는 실무수습 제도를 개선하라고 법조계에 촉구했다. A씨 측은 "수습 제도가 초임 변호사들의 좁은 입지를 더 위축시키거나 지위를 열악하게 만들지 않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큰 용기를 내 성폭력 피해 사례를 밝힌 피해자에게, 대한변호사협회 등 관련 단체가 강한 연대와 지지의 뜻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초경찰서 측은 수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A씨 측 요구와 관련해 "검토는 하고 있지만, 피의사실공표죄가 있기 때문에 경찰 재량으로 수사 내용 및 결과를 공개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가 피해자 2명 관련 수사에 대해서는 "A씨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의견서로는 범행 일시나 장소가 특정되지 않아 당사자들이 고소하지 않는 한 인지 수사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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