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세계 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24·일본)가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기자회견 거부권’ 쟁취를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첫 시도로 1만5,000만 달러(약 1,600만 원)의 벌금 징계를 받으면서 공론화엔 성공한 모습이지만, 주최측이 ‘실격’ 징계까지 언급하면서 대형 선수와 주최측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번지고 있다.
오사카는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치러진 대회 단식 1회전에서 세계랭킹 63위 패트리샤 마리아 티그(27·루마니아)에 2-0(6-4 7-6<7-4>) 승리를 거둔 뒤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개막 전부터 선수가 기자회견 요청을 거부할 권리가 없는 점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번 대회 기자회견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던 그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는 대회 개막 전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것은 선수 정신 건강에 좋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하면 예전에 여러 차례 답했던 질문이 또 나오고, 뭔가를 의심하는 듯한 질문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기자회견 거부로 내게 될 벌금은 정신 건강 치료를 위한 곳에 쓰이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경기에서 진 선수마저 기자회견에 응해야 하는 데 대해 큰 거부감을 표했다. 그가 “넘어진 사람을 또 발로 차는 것과 같다”고 표현할 정도다. 오사카는 “특정 대회나 기자가 싫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도 코트 위에서 진행된 중계사 인터뷰엔 응하면서, 미디어 활동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란 점도 부각했다.
다만 프랑스오픈 조직위원회가 ‘실격’ 카드까지 빼들며 오사카를 압박하면서, 이번 이슈가 공론화를 너머 대형 이슈로 발전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조직위 측은 “이런 규정 위반이 계속되면 최대 실격까지 가능한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며 “향후 메이저 대회까지 적용될 징계가 예상되는 만큼 미디어 관련 의무를 이행하길 바란다”고 했다.
오사카의 이번 행동에 대해 선수들의 기자회견은 대회는 물론 종목 자체의 흥행을 돕는 미디어와 후원사의 권리란 시각도 많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프로테니스협회는 “우리는 선수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오사카의 행동을 우회 비판했고, 노박 조코비치 등 일부 선수들은 “기자회견도 스포츠의 일부”라고 주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최근 비슷한 논쟁이 발생했다. 지난 8일 남기일 제주 감독이 수원FC의 K리그1(1부리그) 경기에서 패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 불참하면서다. 예고조차 없었던 남 감독의 행위를 두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일방적인 기자회견 불참은 팬과 미디어에 대한 의무 위반”이라며 제재금 300만 원 징계를 내렸고, 남 감독은 재심 요청 없이 이 결정을 받아들였다. 아직 국내에선 선수·감독의 기자회견 참석을 의무로 보고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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