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테리어 공사, 온라인 수업 땐 피해주세요" 코로나가 부른 新갈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테리어 공사, 온라인 수업 땐 피해주세요" 코로나가 부른 新갈등

입력
2021.06.02 22:00
0 0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 길어지며
낮시간 인테리어 공사로 인한 갈등 늘어
반대로 '동의서 잘 받는 꿀팁' 요청하거나
'비대면 동의서'에 불쾌감 드러내는 경우도

애들 온라인 수업 때문에, 오전은 피해서 공사해 주세요. 그럼 동의서에 사인해 드리겠습니다.

서울 영등포에서 근무하는 40대 회사원 A씨는 최근 리모델링 공사 동의서를 받으러 온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에 난색을 표했다.

15년 연식의 아파트라 그도 리모델링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얼마 전 3층 윗집의 부엌 공사 소음에 온종일 시달린 이후 '요즘 시국엔 함부로 공사해서도, 남의 동의서에 사인을 해줘서도 안 되겠다'며 생각을 고쳐 먹었다.

A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리모델링이라 이번엔 한 달은 걸릴 텐데 그동안 애들 온라인 수업은 어떡하냐"며 "중학생인 첫째는 오후 수업도 있지만 온종일 공사를 막을 수는 없으니 나름의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A씨에 따르면, 결국 인테리어 업체는 해당 동의 온라인 수업 수요를 모두 파악해 학생들이 수업을 많이 듣는 시간에는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자 A씨도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인테리어 공사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인테리어 공사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인테리어 공사를 둘러싼 갈등도 늘고 있다. 특히 자녀를 둔 부모들은 공사 소음이 온라인 수업에 방해가 될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을 자제하다보니 이전에 비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는 욕구는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행태의 변화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누적 매출액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가구판매점과 인테리어 용품 업체의 매출이 각각 25%포인트, 1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2020년 가구판매점 매출 증감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전년 대비 2020년 가구판매점 매출 증감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전년 대비 2020년 인테리어 용품 매출 증감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전년 대비 2020년 인테리어 용품 매출 증감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온라인 수업 방해될라" 신경 곤두세우는 부모들

이웃들의 잦은 인테리어 공사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이웃들의 잦은 인테리어 공사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그러나 동시에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도 늘면서 이전엔 크게 문제 될 것 없었던 낮시간대의 소음이 이웃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엔 공사 시간을 피해 외출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엔 감염 위험 때문에 잦은 외출이 꺼림칙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웃의 인테리어 공사 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고 넋두리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경기 남부 지역의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이해 못 할 건 아닌데 코로나가 1년이 넘어가고 이사 오는 집마다 인테리어를 하니까 환장하겠다"며 "지난달 한 집이 끝났는데 이번 달 또 한 집이 공사를 하고 있다. 심지어 같은 라인의 두 집이 공사하는 달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웃의 인테리어 공사로 중학생 자녀가 온라인 수업을 못 듣는다고 호소하는 글.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이웃의 인테리어 공사로 중학생 자녀가 온라인 수업을 못 듣는다고 호소하는 글.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이웃의 인테리어 공사로 자녀들이 온라인 수업에 불편함을 겪는다는 댓글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이웃의 인테리어 공사로 자녀들이 온라인 수업에 불편함을 겪는다는 댓글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특히 '자녀 온라인 수업에 방해될까봐 걱정된다'는 글들이 많다. 경기 북부 지역의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별생각 없이 사인을 해 줬는데 공사 시작 후 악몽이 시작됐다"며 "온라인 수업 듣는 중학생 딸이 너무 시끄럽다며 운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다른 이용자들도 이에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중 대학생 자녀를 둔 이용자는 "(자녀가) 교수님과 화상으로 시험 보는 중에도 (시끄러워서) 난감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참 웃프다"고 말했다.


"이 시국에 인테리어 공사가 웬말"이라며 인테리어 동의서에 사인을 해주지 않겠다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이 시국에 인테리어 공사가 웬말"이라며 인테리어 동의서에 사인을 해주지 않겠다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A씨처럼 인테리어 공사 동의서에 사인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지역 커뮤니티엔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는 것도 힘든데 고스란히 스트레스를 다 받아야 한다"며 "코로나 시기엔 제발 공사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앞으론 인테리어 공사 사인을 거절할 거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동의서 잘 받는 법' 꿀팁 요청하는 사람도

인테리어 공사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의서 잘 받는 꿀팁'을 구하기도 한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인테리어 공사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의서 잘 받는 꿀팁'을 구하기도 한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반대로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인테리어 공사에 대한 반감 때문에 난감한 처지가 됐다'며 고민을 털어 놓는다. 경기 남부 지역의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인테리어 업체에서 대신 공사 동의서를 받고 있는데 아랫집에서 동의를 안 해준다고 했다"며 조언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다른 이용자가 "위, 아래, 옆집은 동의서 받기 전에 과일이나 케이크, 24개들이 롤티슈를 돌리며 인사해야 하고, 나머지 세대는 2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2장씩은 돌려야 동의받기 수월하다"는 꿀팁을 전수하기도 했다.

'비대면 사인' 요구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비대면 사인' 요구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세대가 부재중이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비대면 사인을 받는 인테리어 업체도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세대가 부재중이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비대면 사인을 받는 인테리어 업체도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한편, '비대면 동의'를 구하는 인테리어 업체엔 "가뜩이나 신경 쓰이는데, 성의가 없다"며 분노를 내뱉는 사람들도 있다.

경기 남부지역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외출하고 돌아오니 '동, 호수, 성함을 문자로 남겨달라'는 쪽지가 현관문에 붙어 있었다"며 "내 개인정보까지 노출하며 동의해야 하나. 원래 이렇게 동의서 받는 건가" 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주영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