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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최대 성과는...

입력
2021.05.31 04:40
수정
2021.05.31 08:4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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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민주주의 선도국 정체성 확인
중국에 조금씩 맷집 키울 잠재성
북한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 논쟁 정리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찾아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찾아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뉴스1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 대미외교의 끝부분을 의미 있게 장식할 자격이 충분하다. 임기 내내 우려와 비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여권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하든, 그 반대가 되든 한미관계 재도약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전장에서 ‘피를 나눈’ 미국,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중국 사이에서 비교적 큰 무리 없이 실익을 얻었다고 본다.

한국이 아시아 민주주의 선도국으로서 그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두 정상은 미얀마 사태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란 점을 공유하고 압박하기로 약속했다. 그간 한미의 가치동맹에 대한 온갖 비난과 의심을 잠재우며 동맹의 존재 이유를 확인했고, 혈맹 간 감정을 복원해 대미외교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 양국은 남중국해 및 인도·태평양지역의 안정을 국제법 존중 기반에서 접근했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실존적 위치를 있는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맷집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한미 정상은 한국의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의 백신을 이곳에서 만들기로 했다. 한국이 우월한 분야는 입지를 강화해 대중의존도를 줄여가고, 수세적인 양다리 외교에 머물기보다 국익을 드러내는 데 마다하지 않는다는 대외정책 기조의 신호탄으로 삼을 만하다.

중국 외교부는 “불장난” 운운하며 거칠게 나왔다. 대만 문제 언급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린 “내정간섭”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중국의 민감한 반응이야말로 한국이 레버리지를 키울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은 이미 “문 대통령이 호응할 수 있는 가장 강경한 수위”라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달리 공동성명에 중국을 단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다(인민망)고 비난 수위를 조절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회담에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앞서 4월 16일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백악관에서 인사하고 있다.(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회담에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앞서 4월 16일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백악관에서 인사하고 있다.(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동북아에서 중국 견제 대리인 역할을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한국이 떠맡을 순 없다는 점도 명확히 확인시켰다. 한중관계 악화가 아니라 사드 사태와 달리 우리 입장이 일부 먹히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일본은 미국에 다 내줬다며 한국과 달리 중국을 향한 외교적 지렛대가 약해졌다는 내부 비판을 겪는 중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성과는 불분명하고 오해를 일으켜 한국 사회를 분열시켰던 문제가 정리됐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에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명기되면서 그간의 보혁 간 논쟁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주한미군 철수 및 남한 내 핵무기·기지 철폐 개념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답변에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지대화 개념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후 사실상 소멸됐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주장과 별개라고 확실히 정리했다.

두 정상은 2018년 판문점과 싱가포르 선언 등 기존 남북·북미 간 약속을 향후 대북 접근의 디딤돌로 삼기로 했다. 문 정부 출범 후 지금처럼 진보·보수 양쪽에서 박수 받긴 처음인 것 같다. 이젠 정교하고 진중한 실천이 중요한 시점이다. 북한이 응답할 일만 남았다. 정부는 화려한 대북이벤트 유혹에 마음이 흔들려선 안 된다. 국제정치가 한국인의 필수과목이어야 함은 가혹했던 역사가 들려주고 있다. 초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도를 넘는 북한 눈치 보기는 더 이상 공감을 얻기 힘들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석원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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