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안심소득은 시혜적 선별 정책" 공격에
오세훈 "무늬만 기본소득 역차별·불공정" 반격
"모두 막대 재정 필요…?실현 가능성 따져봐야"
‘기본소득’을 내세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안심소득’으로 맞불을 놓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잠재적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두 단체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설전을 계기로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의 정책 대결이 불붙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두 정책 모두 막대한 재정이 필요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오세훈-이재명, 사흘간 온라인 공방
이 지사와 오 시장은 사흘째 SNS에서 상대 정책을 비판했다. 이 지사는 30일 “안심소득은 납세자가 배제되는 시혜적 선별 정책으로, 지역화폐형 경제 정책보다는 훨씬 더 ‘선심성 현금살포'에 가깝다”며 “재원대책 제시도 없이 연 17조 원이나 들여 시민 500만 명을 골라 현금을 나눠주겠다는 오 시장님께서 저를 ‘선심성 현금살포’라 비난하시니 당황스럽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오 시장 역시 SNS에서 “이 지사님의 가짜 기본소득, 무늬만 기본소득이야말로 안심소득에 비해 역차별적이고 불공정하며, 경기진작 효과도 훨씬 떨어진다”며 “17조 원을 언급하셨는데, 현재 서울시 안심소득은 그 절반도 들지 않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앞서 이 지사는 28일에도 SNS를 통해 “오 시장의 안심소득은 저성장 양극화 시대에 맞지 않는 근시안적 처방”이라고 공격했고, 오 시장도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붙여 금전살포를 합리화하는 포장지”라고 반격했다. 이 지사는 29일 오전 다시 글을 올려 “서울만 해도 17조 원으로 추정되는 안심소득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밝혀 주시면 좋겠다”고 했고, 오 시장은 "이 지사의 구상이야말로 증세가 필요한 사안이라 국민이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안심소득ㆍ기본소득이 뭐길래
양측 공방은 오 시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안심소득’을 추진하기 위해 27일 전문가 24명을 ‘서울 안심소득 시범사업 자문단’으로 위촉하면서 시작됐다.
오 시장이 구상한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100%(4인 기준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중위소득과 실제 소득 간 차액의 50%를 차등 지원해주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 4,000만 원인 4인 가구에는 1,000만 원(중위소득 기준에 미달한 2,000만 원의 50%)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시는 자문단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안심소득 실험안을 확정해 내년에 안심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하위 50% 계층에게 소득 부족분의 일정 비율만 메워주는 방식이라, 아무 조건 없이 똑같은 지원금을 주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은 재산 유무, 노동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매월 50만 원을 나눠주는 보편적 복지제도다. 다만 이 지사는 일시에 실시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연간 1회 50만 원부터 시작하되, 매년 조금씩 횟수를 늘려 종국에는 매월 지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선거 앞두고 포퓰리즘 우려도
전문가들은 두 단체장의 정책 경쟁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재원 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도 의구심이 적지 않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을 실행하려면 국가 예산이 매년 25조~300조 원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여권에서조차 “기본소득은 검증할 여지가 많아 시기상조이고,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안 된다”(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판을 받는다. 안심소득도 오 시장이 29일 이 지사 발언을 반박하면서 “대상을 중위소득 60%나 50% 정도로 축소하면 추가 투입 재원이 훨씬 더 줄게 된다”고 했지만, 그렇더라도 수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연간 40조 원 안팎인 서울시 1년 예산을 감안하면 벅찬 수준임은 분명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두 사업 모두 증세가 불가피해 정책에 동의하는지 증세에 찬성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며 “안심소득이나 기본소득 같은 소득안전망은 지자체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전체 소득 분포를 따져보고 중앙정부가 실시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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