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부실 급식 제보에 조리병 혹사 논란까지 겹치면서 군 급식 외주화 방안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간업체에 급식을 맡겨 장병들이 '밥 걱정' 없이 전투력 증강에 주력하도록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서욱 국방부 장관이 소집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도 급식 외주화 방안이 검토됐다.
군 급식 외주화 '마지막 성역'인가
병역 자원 급감에 따라 잔디깎기, 부대시설 청소 등 과거 병사들이 수행했던 잡무 다수가 민간 업체로 넘어갔다. 그럼에도 급식이 아직까지 성역으로 남아 있는 것은 전투력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전시 장병들에게 제때 식사를 제공하려면 숙달된 조리병은 필수라는 인식에서다. 조리병들이 평소에 취사실에서 밥을 짓는 것 자체가 훈련이라는 의미다.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가 26일 "위탁급식을 하겠다는 것은 전투를 기본으로 생각하는 군인들의 의식으로 볼 수 없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전시에 민간의 위탁급식 취사가 지원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반발한 배경이다.
그러나 군 내부에서는 "민간 위탁 급식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우선 일반 부대의 취사시설과 야전 급식에서 사용하는 장비가 완전히 다르다. 부대 내 급식시설은 일반 조리시설과 다를 바 없지만, 야전 훈련에서는 트레일러 차량에 마련된 기동형 취사장비를 사용한다. 부대 취사실에서 밥을 짓는 경험이 전시 취사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닌 셈이다.
군 관계자는 "급식을 외주화할 경우 '조리병'이라는 정식 편제가 없어지는데 전시에 이들의 공백을 막는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야전 급식 차량에서 밥을 지어먹는 훈련을 하면 문제가 없다"며 "전투식량 보급을 늘리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육군은 2017년 조리대와 800인분을 만들 수 있는 다용도 솥, 전 부대원 3끼 분량의 식량과 식자재를 저장하는 냉장고와 물탱크, 발전기를 구비한 신형 취사 트레일러를 개발해 일선 부대에 보급했다.
조리병 1명당 100인분 담당하는 구조
가장 큰 문제는 병역 자원이 급감하는 현실에서 '조리병 돌려막기'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2017년 61만8,000여 명에 달했던 상비병력 수는 지난해 55만5,000여 명 규모로 줄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국방개혁 2.0'은 병역 자원 감소에 따라 전투력 위주로 병력을 재배치했다. 조리병 인력 확보는 더욱 어려워진 실정이다. 전군 조리병은 전체 병력의 1.6% 수준인 9,000여 명인데, 육군에선 조리병 1명당 매일 75~100인분 이상의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육군훈련소 취사병 A씨는 29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육군훈련소 최대 식수 인원이 3,000명까지 되는데 전역 전 휴가자 등을 빼면 12~14명 정도가 3,000인분의 밥을 책임지고 있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군 당국은 병력 감축에 따른 전투력 손실을 막는 차원에서 2020년부터 육군 부사관학교에 조리병을 배치하지 않고 '급식 외주화'를 시범운영 중이다. 군 관계자는 "내년 5월까지 시범운영을 마치면 평가 결과에 따라 육군훈련소 등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리병 운용'이 구시대 유물로 통하기도 한다. 미군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전장에 전투병력만 파견하고 병사 식당 운영은 물론 기지 경호와 세탁 등은 민간 군사전문업체(PMC)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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