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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간첩 굴레' 납북 어민, 망인 돼서야 '재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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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간첩 굴레' 납북 어민, 망인 돼서야 '재심 무죄'

입력
2021.05.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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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선고 49년 만에 무죄 선고
지난해 11월 78세로 세상 떠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박정희 정권 시절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피랍됐다가 풀려난 뒤 간첩으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았던 어민이 49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고한 옥살이를 하고 '간첩 낙인'이 찍힌 채 수십 년 세월을 견딘 피해자가 누명을 벗었지만, 당사자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이재희)는 이달 간첩,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1972년 기소됐던 고(故) 김종석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1968년 5월 말 동료 7명과 함께 소연평도 서남방 인근 바다에서 조업을 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됐다가, 반년 후인 같은 해 12월 남한으로 귀환했다.

김씨는 이후 경찰에 체포돼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북한에서 노동당에 입당해 충성을 맹세했고 공작원으로 투입됐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남파 공작원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공작금 31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 받았고, 이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수십 년간 ‘간첩의 굴레’를 쓰고 살았던 김씨는 2015년 7월 수사 과정에서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이듬해 3월 재심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2019년 4월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며 기각 결정을 파기했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2019년 9월 재심을 개시했다.

재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다수는 불법구금이나 가혹행위 때문에 유효성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 능력이 없고, 피고인이 받은 돈이 간첩행위와 관련해 쓰였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에 불법 체포·감금돼 심리적 압박이나 정신적으로 강압된 상태에서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한 뒤 검찰에서도 자백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씨가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지 49년 만에 나온 무죄 판결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재심 개시 결정 2개월 뒤인 2019년 11월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선고 결과를 지켜볼 수 없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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