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68㎝에 체중 71㎏. 오른발을 쓰는 프랑스 출신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30·첼시)의 신체조건은 유럽 무대에서 썩 유리하지 않다. 보폭 차이는 기본, 공중볼 다툼에서도 밀리기 일쑤였지만 자신이 빛나길 원하기 보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로 성장해 온 캉테는 마침내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가장 빛난 별이 됐다.
첼시의 중원을 책임지는 캉테가 30일(한국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의 에스타디오 두 드라강에서 열린 2020~21 UCL 결승전에서 팀의 1-0 승리를 이끌고, 선수인생 첫 ’빅 이어(UCL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날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를 상대로 전반 42분 결승골을 넣은 건 카이 하베르츠(22)였지만, UEFA는 캉테를 최우수선수(Player of The Match)로 선정했다.
UEFA는 “프랑스 국가대표인 캉테는 첼시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보였다”며 “맨시티를 괴롭히고, 기민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저지했다”고 평가했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의 UCL 4강 1,2차전에서 모두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캉테가 결승에서도 최고 선수로 꼽힌 이유를 의심하는 시선도 거의 없었다. 캉테가 없었다면, 첼시의 유럽 무대 정벌도 어려웠을 거란 얘기다.
캉테는 이날도 맨시티의 빠르고 유기적인 공격을 전방에서부터 적극 차단했고, 반격 과정에서도 힘을 내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특히 ‘오프 더 볼(공이 없는 상태)’ 때의 움직임이 탁월한 점은 감독들에게 엄청난 믿음을 준다. 마우리치오 사리 전 첼시 감독조차 캉테를 두고 “내가 꾸리는 미드필드 라인 어느 위치에서나 뛸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유럽 프로리그 밑바닥부터 성장해 최고 무대의 주인공이 된 캉테의 발자취는 그가 선수로서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는지를 보여준다.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2(2부 리그) US볼로뉴 유스를 거쳐 21세가 된 2012년에야 성인 팀에 데뷔한 그는, 이듬해 2부리그 SM 캉으로 이적해 팀의 리그1(1부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캉테의 잠재력을 제대로 끄집어낸 팀은 2015년 800만 유로(약 103억 원)에 그를 품은 EPL 레스터 시티다. 입단 초반 레스터 시티의 벤치를 달구던 캉테는 미드필더진 부상을 틈타 주전으로 도약, 제이미 바디(34)의 특급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면서 2015~16시즌 레스터 시티의 동화 같은 창단 첫 우승을 함께 일궜다.
2016년 여름 10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든 첼시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는, 입단 첫 시즌 첼시의 EPL 우승을 함께했다. 그리곤 최초 계약기간 5년을 꼭 채운 올해 첼시에 ‘빅 이어’를 안겼다. 이번 시즌 EPL 우승팀 맨시티가 UCL 결승에서도 4위 첼시를 꺾을 거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첼시는 캉테의 헌신적 플레이 속에 단판으로 치러진 UCL 결승의 주인공이 됐다. 첼시의 UCL 우승은 2011~12시즌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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