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데뷔 이후 유럽 시장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려온 르노의 전기차, ‘조에’는 국내 시장에 데뷔한 이후 좀처럼 ‘주류’에 오르지 못하고 그 주변에 맴도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전기차, 특히 국내 공인 인증의 주행 거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전기차들이 ‘실 주행 거리’를 통해 그 가치를 재조명 받으며 국내 공인 기준 309km의 주행 거리를 가진 르노 조에 역시 다시 한 번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다시 마주한 르노 조에는 어떤 매력과 가치를 선사할까?
소형차가 대중화되어 있는 유럽 시장에 비해 될 수 있으면 큰 차량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의 특성 상 르노 조에는 더욱 작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제원에서도 조에는 컴팩트한 체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4,090mm에 불과한 전장은 ‘유럽의 슈머 미니’ 사이즈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어지는 전폭과 전고 역시 1,730mm와 1,560mm으로 클리오와 유사한 편이다. 덧붙여 휠베이스는 2,590mm에 불과하며 차체 하부에 자리한 배터리로 인해 공차중량은 1,545kg에 이른다.
선명히 드러나는 르노의 아이덴티티
일반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할 때에는 전기차가 가지는 상징성, 그리고 미래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기반으로 더욱 유니크할 뿐 아니라 ‘미래적인 감성’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배치한다.
하지만 조에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 조에는 어쩌면 르노의 수 많은 차량 중에서 가장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함에 있어 거침 없고, 가장 직접적으로 그 감각을 전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조에의 전면 디자인은 르노 특유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프론트 그릴을 앞에웠고, 헤드라이트 역시 르노의 감성으로 무장했다. 대신 엠블럼의 아웃라인을 푸른색으로 연출해 미래적인,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드러낼 뿐이다.
참고로 바디킷의 경우 독특한 크롬 도트를 활용해 구성해 ‘내연기관과 같은’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전기차의 디테일을 더했다. 이외에도 참고로 차체 하부에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는 만큼 비슷한 체격의 해치백, 소형차에 비해 전고가 다소 높은 것이 눈길을 끈다.
측면은 효율성을 위해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된 A 필러 및 루프 라인, 그리고 도어 패널과 도어 캐치 등이 이목을 끈다. 여기에 깔끔히 다듬어진 네 바퀴의 알로이 휠 등은 만족감을 높인다. 다만 어색하게 느껴지는 B 필러의 데칼 부착은 내심 아쉬운 부분이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은 조에 만의 감성이 담겨 있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그리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트렁크 게이트를 통해 차량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인다. 참고로 바디킷 양 끝에는 작은 램프를 마련 후진등 및 보조등을 배치해 체격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컴팩트 르노의 공간
외형에 있어 르노의 감성을 그 어떤 차량보다 직설적으로 드러낸 만큼 실내 공간 역시 브랜드의 감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모습이다.
실제 조에의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공조 컨트롤 패널 및 디지털 클러스터 등 실내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최근 르노삼성 및 르노 코리아를 통해 데뷔한 컴팩트 차량들과 완전히 동일한 모습이다.
소재나 연출 자체가 탁월한 편은 아니지만 체급 및 가격 등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으며 되려 체감되는 만족감이나 인터페이스 등의 구성에 있어서는 충분히 만족감을 자아내기 부족함이 없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 큼직한 디스플레이 패널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다양한 기능과 차량 설정, 차량 정보 확인 등이 가능하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우수한 편은 아니라 반응 및 작동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기능의 가치’는 충분하다.
이와 함께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더해져 작은 차, 그것도 효율적이고 합리성에 집중한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사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해 만족감을 높였다.
공간 구성은 1열 공간과 2열 공간이 다소 상이한 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1열 공간의 만족감은 상당한 편이다. 실제 시트의 형태나 시트의 착좌감도 만족스럽고, 시트 포지션이 조금 서 있는 편이지만 제법 ‘거주성’도 갖춰진 모습이다. 덧붙여 무선 충전 및 각종 기능이 더해진 점도 가치를 높이는 부분이다.
대신 2열 공간은 다소 제한적인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체격이 작은 차량이라 1열 탑승자의 체격에 따라 2열 공간의 여유가 결정된다. 다행스럽게도 기본적인 시트의 구성이나 형태, 마감 등이 우수해 착좌 시의 만족감은 충분하다는 점이다.
2열 공간이 협소한 대신 적재 공간의 매력을 누릴 수 있다. 실제 조에의 트렁크 게이트를 들어 올리며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다양한 물품 등을 싣고 다니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르노 측에서도 적재 공간에 더 신경을 쓰며 차량을 개발했다.
시티-커뮤터에게 충분한 퍼포먼스
르노 조에는 어떤 기준으로 차량을 바라보고 또 평가하냐에 따라 차량의 가치, 만족감이 달라진다.
도심에서의 시티-커뮤터로 조에를 평가한다면 필요 충분한 성능, 그리고 여유를 갖췄다. 실제 조에는 100kW급의 R245 전기 모터가 자리해 환산 출력 136마력과 25.0kg.m의 토크를 제공해 경쾌한 운동 성능을 제시한다.
대신 장거리 주행을 고려한다면 52kWh의 배터리를 바탕으로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309km(복합 기준)가 불가한 점이 마음에 걸리게 된다. 참고로 복합 기준 전비는 4.8km/kWh이며 도심 및 고속 전비는 각각 5.4km/kWh와 4.2km/kWh다.
다루기 좋고, 달리기 좋은 EV
르노 조에와의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면 특유의 시트 포지션을 느끼게 된다. 배터리가 하부에 있어 시트가 높아지고 그로 인해 드라이빙 포지션이 높아졌다. 다만 차량 자체가 워낙 작은 만큼 ‘껑충하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작은 차량이라고는 하지만 르노 고유의 감성을 잘 표현한 만큼 스티어링 휠이나 계기판, 그리고 주행 시야 등 다양한 부분에 크게 아쉬운 부분이 없었다. 여기에 보스 사운드 시스템의 매력이 더해져 차량의 가치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R245 모터의 존재감이 확실히 드러난다. 절대적으로 뛰어난 성능은 아니지만 소형차에게는 부족함이 없는 성능이며,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출력 전개를 바탕으로 더욱 경쾌하고 민첩한 움직임을 제시한다.
덕분에 발진 가속은 물론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 주행까지 전반적으로 출력에 대한 아쉬움이나 큰 불편은 없었다. 이러한 성능을 경험하니 그저 도심 속에서 짧은 거리를 오가는 존재로 치부하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참고로 주행 모드는 에코와 노멀이 있는데 에코는 가속 시의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막는 성향이다. 다행히 에코 모드로도 일상 주행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되려 노멀 모드에서는 그 출력을 과하게 끌어 내는 기분이라 편하게 타기엔 되려 에코 모드가 나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기어 레버는 P 모드가 없는 방식인데 사실 주행 상황에서 큰 불편함이 없고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조작감이 다소 장난스럽게 느껴지지만 사용성은 나쁘지 않다. 그리고 주행 중 기어 레버를 한 번 더 당겼을 때 B 모드를 발동, 보다 적극적인 배터리 충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기차라고는 하지만 조에는 ‘프랑스 해치백’의 매력을 고스란히 계승하는 모습이다. 실제 이러한 부분이 조에를 가장 매력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실제 조에는 지금까지의 르노 컴팩트 해치백이 그런 것처럼 탄탄하게 조율된 차체에 견고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아우르는 서스펜션의 조화를 통해 대다수의 주행 환경에서의 능숙한 반응 및 움직임을 선사한다.
물론 체급의 특성 상 노면에서 발생하는 모든 충격을 상쇄하거나 대응하지는 못해 일부 노면 질감이나 충격이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편이나 그 불쾌감이 크지 않다. 되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충격이나 큰 너울을 그리는 충격에 능숙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만족감을 높이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주행 템포를 높였을 때에는 늘 만족감을 선사했던 프렌치 핸들링의 매력을 고스란히 제시하며 ‘작은 차량의 즐거움’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같았다.
한편 이번 조에를 시승하며 자유로를 달려 그 효율성을 확인해 보았다.
50.3km의 자유로를 평균 83.1km/h의 속도로 달린 조에의 트립 컴퓨터에는 주행 간 6.3kWh의 전력을 사용하고 그에 따라 7.8km/kWh의 효율성을 기록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러한 수치는 조에의 공인 복합 전비 및 고속 전비에서 대대적인 개선을 이뤄낸 것으로 1회 충전 시 309km 밖에 달리지 못한다는 제한이 ‘실제 주행 상황’에서는 제약이 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제시했다.
좋은점: 세련된 디자인과 깔끔한 공간, 탄탄한 드라이빙의 매력
아쉬운점: 경쟁 모델 대비 작은 체급, 그리고 309km의 부담
작지만 큰 설득력을 가진 르노 조에
이번의 시승을 하며 느낀 조에는 분명 작은 차량이고 그 체격으로 인한 한계가 존재하는 차량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가치와 매력을 제시할 수 있는 차량이라는 것이다.
주행 거리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또 일상을 위한 ‘적절한 파트너’를 찾는다면 마치 적정기술로 무장한 듯한 조에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촬영협조: 르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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