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레전드 김태균(30)이 공식적으로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김태균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경기 후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배트를 처음 잡았던 30년 전, 한화는 내게 꿈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며 "한화에 지명받아 선수 생활을 했고, 이렇게 야구 인생에 마침표를 찍게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화는 현재 큰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며 "팬들이 염원하는 정상에 서는 그날이 꼭 올 것이라고 믿는다. 항상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균은 경기 전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뜨겁게 눈시울을 붉혔다. 고별사를 마친 김태균은 1루와 2루, 3루,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 후배들의 헹가래를 받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날 김태균은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뒤 1회초 플레이볼 선언 직후 노시환과 교체됐다. 김태균은 교체 사인을 받은 뒤 모자를 벗고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은퇴 선수를 위해 올 시즌부터 도입한 특별 엔트리 제도에 따라 김태균은 이날 하루 '선수'로 복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태균의 통산 출전 경기 수는 1경기 늘어 2,015경기가 됐다.
SSG 선수단도 김태균이 교체될 때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박수를 보냈다. 동갑내기 친구인 추신수와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우완 투수 이태양이 김태균에게 꽃다발을 전달해 의미를 더했다. SSG 선수들은 붉은색 원정 유니폼 대신 흰색 홈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또 구단 자체 논의를 거쳐 유니폼 상의 소매에는 '52' 패치를 달았다.
김태균은 은퇴식 전 기자회견에서 "훌륭하신 선배들처럼 영구결번이 돼 영광스럽다"며 "(등번호) 52번은 아버지가 정해주신 번호인데, 이 번호를 달고 선수 생활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시절인 1999년 선배들이 이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장면을 봤다"며 "난 이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해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후배들은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훗날 지도자 생활의 꿈도 내비쳤다. 그는 "지금은 해설위원 생활을 하면서 야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나중에는 한화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에 확실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후계자로 꼽히는 노시환에 관해선 "잠재력이 큰 선수"라며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잠재력에 비해선 아직 부족하다.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기대했다. 이어 "노시환은 물론, 모든 후배가 내 기록을 깨주길 바란다"며 "오늘 은퇴식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훌륭한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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