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훈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인증과장
국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가정에서의 식품 안전도 중요해졌다. 우리나라 식품안전 관리체계는 1995년 식품안전관리인증제도 ‘HACCP(해썹)’ 도입으로 큰 전기를 맞았다. 해썹은 식품의 원료 입고부터 제조·가공·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해 요소를 미리 분석하고 차단하는 예방적 식품 안전 관리 시스템이다.
식품 생산 과정에서의 핵심 위해 요소는 생물학적(대장균, 살모넬라 등), 화학적(잔류 농약, 곰팡이 독소, 납, 카드뮴 등), 물리적(금속, 유리, 플라스틱 조각 등) 요소가 있다. 해썹은 이를 차단할 수 있도록 공정을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6년 비가열 음료·어묵류·레토르트 식품 등을 시작으로 배추 김치·즉석 조리 식품 중 순대에 해썹을 의무 적용했다. 2014년부터는 과자·음료·빵류 및 환자용 식품 등에도 어린이 기호 식품이나 다소비 식품, 위해 우려가 큰 식품을 중심으로 해썹 의무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했다. 2017년부터는 시장 파급력이 큰 연 매출 100억 원 이상 제조업체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의무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식품 및 축산물 가공식품의 87.5%가 해썹 인증을 완료했다.
물론 아무리 철저한 제도라도 사람이 운영하다 보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식약처는 ‘스마트 해썹’ 제도를 도입해 수동으로 기록·관리하던 주요 공정을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누락ㆍ위조되지 않도록 고도화하고 있다. 해썹 인증 업체를 매년 불시 현장 점검하고 중요 사항 위반 시 해썹을 취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으로 엄격하고 철저한 사후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우리 사회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이끌어 간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영웅들이 활약하기에 우리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식품 안전과 식품 산업 안전을 이끌어 가는 보이지 않는 영웅은 바로 해썹이다. 일상 속 식품 안전 사고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해썹, 그 노력이 빛을 발하려면 소비자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식품 구매 시 해썹 인증 마크를 확인하는 습관이 우리 사회의 식품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