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전환 자발적으로 선택한 동성고
"가톨릭 교육철학·정체성 되찾기 위해"
"자사고라니까 학부모들과 미디어는 '서울대 몇 명 보냈냐'는 잣대로만 본다. 우리 교육철학과 맞지 않았다."
28일 이창모 동성고 교감은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에서 일반고 전환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다수 자사고들이 일반고 전환 방침을 거부하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서울 대학로에 자리잡은 동성고는 대표적 가톨릭계 학교로 꼽힌다. 1907년 개교 이래 김수환 추기경 등을 배출해왔다. 그런 학교였기에 2009년 자사고로 전환하면서 '가톨릭 교육철학과 교육이념'을 내세웠다. 실제 미래 사제 양성을 위한 '예비신학생반'을 11년 동안 운영해왔다. 가톨릭계 학교다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 교감은 "최상위권은 아니더라도 중상위권 대학에 학생들을 잘 보냈지만, 우리 사회는 그저 '서울대 입학'만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그 기대에 부응하려면 강압적, 강제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데 우리 교육철학과 맞지 않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사학의 자율성을 되찾기 위해 자사고를 포기하는 아이러니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차분하게 교직원, 학부모 등을 설득했다. 이 교감이 내세운 무기는 '가톨릭계 학교로서의 정체성'이었다. 일반고로 자발적으로 전환하는 자사고의 경우 '교과중점학급'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사제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라틴어, 종교학, 철학 등을 배울 수 있는 '인문중점학급'을 운영키로 했다.
동시에 일반고 신입생과 자사고 재학생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재학생들의 등록금은 전액 장학금 형태로 되돌려주기로 했다. 이 교감은 “두 달 동안 교직원, 학생, 학부모, 동문에 이런 방안들을 설명했고 결국 교직원 72%, 학부모 75%로부터 일반고 전환 지지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앞서 동성고는 27일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자사고에서 일반고로의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학교 홈페이지에 장문의 입장문을 올렸다. 이 입장문에서도 동성고는 “일반적으로 자사고를 선택하는 학부모는 학교가 엄격한 학업 관리를 통해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을 학교의 최우선 교육 목표로 삼기를 기대하는데 본교가 추구하는 교육은 그러한 부분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도 서울행정법원은 자사고 지정 취소 소송을 낸 경희고와 한대부고의 손을 들어뒀다. 시교육청은 8개 자사고와의 지정 취소 1심 재판에서 모두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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