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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마르크스의 진짜 얼굴을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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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마르크스의 진짜 얼굴을 선보입니다"

입력
2021.05.30 15: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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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 한국어판 번역 첫 출간
"학술 문헌적 '정본' 의미... 재정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의 첫 한국어판을 출간한 강신준 동아대 명예교수가 27일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의 첫 한국어판을 출간한 강신준 동아대 명예교수가 27일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또 마르크스냐’는 반문이 나올지 모르겠다. 최근 출판계에서 마르크스를 다룬 굵직한 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어서다. “불온해서”, “한 물 가서”, 무엇보다 “어려워서” 엄두를 못 낸 마르크스 책은 잊을 만하면 나온다. 이번엔 그 모든 책들의 ‘원조’가 등장했다.

현실 사회주의가 부흥하고 몰락했던 1980년대부터 카를 마르크스(1818~1883)와 그의 동지 프리드리히 엥겔스(1820~1895) 두 사람이 남긴 저술의 번역본이 한국에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읽어 온 건, 마르크스-엥겔스 계승자를 자처하는 후대 사람들이 유불리에 따라 왜곡, 각색하며 짜깁기한 ‘불완전 편집본’이었다.

앞으로는 우리도 마르크스-엥겔스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게 됐다. 두 사람이 남긴 모든 자필원고를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출간하는 전집 프로젝트인 'MEGA(Marx-Engels Gesamtausgabe)’의 첫 한국어판을 통해서다. 1921년 ‘공산당 선언’이 처음 우리말로 번역된 뒤로 100년 만에 마르크스-엥겔스 문헌의 정본(正本)을 우리말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카를 마르크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MEGA 프로젝트는 1920년대 러시아 문헌학자 리야자노프가 처음 총대를 멘 후 여러 차례 중단됐다가 1990년대 세워진 국제 마르크스-엥겔스 재단이 바통을 이어오고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남긴 저술 중 생전에 출간된 건 극소수다. 나머지 대부분은 낱장의 종이로만 남겨졌는데, 두 사람 사후 후손들에 의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수많은 원고, 편지, 문서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MEGA는 그걸 일일이 다 추적해 내용을 모으고, 연대순으로 배열하고, 빠짐 없이 기록해 정본으로 출간하는 작업으로, 처음 계획한 114권 가운데 69권까지 펴낸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아대 맑스엥겔스연구소와 도서출판 길이 2012년 한국어판 출간 계약을 맺었고, 9년 만에 결과물이 나왔다. 이번에 출간된 것은 마르크스-엥겔스가 1861~1863년 작성했던 원고 가운데 제1분책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2’, 제2분책 ‘잉여가치론 1’ 두 권이다.

MEGA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획해온 강신준 동아대 명예교수(맑스엥겔스연구소 소장)는 정본을 통해 마르크스의 진면목을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르크스-엥겔스는 동서냉전을 거치며 양쪽 진영에서 정치적 필요에 의해 왜곡되고 굳어 왔죠.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전체를 조명하지 못한 채 말이죠. 이번 전집으로 마르크스-엥겔스의 사유가 얼마나 폭넓고 유연했는지 새롭게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겁니다.”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의 첫 한국어판을 출간한 강신준 동아대 명예교수가 27일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의 첫 한국어판을 출간한 강신준 동아대 명예교수가 27일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경제학 전공인 강 교수는 마르크스 이론은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학문이란 점도 짚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활개치는 건 기존 통화 시스템이 불신 받고 있단 얘기거든요.” 마르크스의 해법을 당장 현실에서 실현하긴 어려워도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은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르침을 줄 수 있단 것.

시작은 했는데,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당장 한국어판의 경우 계약한 17권을 전부 번역해 펴내려면 한 세대를 넘겨야 한다. 부족한 연구자들의 숫자도 문제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돈이다. 2018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5년으로 한시적이다.

강 교수는 “19세기 사상이 전부 녹아 있는 마르크스-엥겔스의 저술은 미래세대에게 남겨야 할 정신적 유산이다. 고전으로부터 무엇을 배울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사상의 씨앗을 심고, 인재의 나무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전집 작업에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EGA 한국어판 출간에 대한 후원방법은 동아대 맑스엥겔스연구소(051-200-8691)와 홈페이지(http://marxengels.donga.ac.kr/sites/marxengels/index.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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