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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의 투트랙 ‘혁신과 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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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의 투트랙 ‘혁신과 포용’

입력
2021.05.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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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온실가스 순배출 중단을 의미하는 탄소중립은 그동안 국내 기업들에게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온실가스의 사촌격인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 국민 선호 정책 1순위였어도 에너지 공기업이 운영하는 석탄화력발전소만 가동을 줄였을 뿐 자동차 회사와 학계는 내연기관을 적극 옹호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에 유럽·미국·중국·한국·일본 지도자가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국내기업들이 완전히 달라졌다. 작년 말에 LG화학, 한화큐셀과 8개 SK계열사가 앞장서서 재생에너지 100%로 운영하는 RE100에 가입했다. 올해 들어서는 ‘환경보전-사회공헌-윤리경영’을 의미하는 ESG를 도입하려는 기업들로 분주하다. 올해 초에 월가에서 9,800조원의 자산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투자회사 블랙락의 래리핑크 대표가 투자대상 기업 대표들에게 탄소중립이 가져올 경제적 충격을 상세하게 나열하면서 ESG 경영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경제위기와 기후위기가 촉발한 변화다. 2020년을 계기로 세계 정치·경제 주류가 바뀐 것이다. 그동안 환경문제와 사회적 가치, 윤리경영은 소수 진보학자나 환경·사회 운동가의 주장이었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미세먼지 문제가 더 심각했지만 정작 국내 기업들이 움직인 것은 온실가스 문제였다. 탄소중립이 새로운 무역장벽·기술장벽이 될 뿐만 아니라 연간 5,000조원이 넘는 시장을 놓고 벌이는 산업재편 전쟁임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유럽·미국·한국 지도자들이 내놓은 그린뉴딜은 이 전쟁의 작전계획서인 셈이다. 우리는 물론 세계 주요 정치·경제 주체들이 소수담론을 포용한 것은 세계 경제·환경이 절박한 상황에 몰리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측면이 크다. 역사에서 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로마·몽골·스페인·네덜란드·영국·미국 등 제국의 비결은 혁신과 포용에 있고, 이의 배경은 지독한 궁핍과 절박함이다.

탄소중립 전쟁에는 희망과 낭만도 있다. 화석에너지 기반의 기존 세계질서는 부존자원의 극심한 편중으로 국가 간 또는 국가 내 전쟁과 착취를 가져왔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중립 세계질서는 태양광·풍력·지열 에너지의 보편성으로 인해 민주·평화적이다. 한국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비좁은 국가에서조차 국토의 3% 내외 전용부지만 있으면 탄소중립에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모두 충당할 수 있다. 비록 산업강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시장과 기술표준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더라도 그 과실은 모든 국가들이 고루 나눌 수 있다. 기업들도 이윤만을 추구하는 정글 자본주의 이미지를 탈피해 ESG를 내세운 품격 있는 초장수기업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5%로 RE100기업을 운영하기에 궁핍하다. 2023년 도입을 검토 중인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와 자동차 연비규제 대응은 절박하다. 혁신과 포용의 여건은 갖춰진 셈이다.

먼저 혁신 차원에서는, 재생에너지를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맞게 대폭 확대해야 한다. 기업들의 태양광·배터리·전기차·그린수소 등 유망 신산업 분야에 대한 집중투자도 필요하다.

다음, 포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부분도 많다. 탄소중립 진행 과정에서 축소·쇠퇴하는 산업 관련 기업과 인력에 대한 고려다. 건설 중단·조기 폐쇄되는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보상과 그린수소 가스터빈으로의 대체도 필요하다.

기업들도 인력·자본·기술·경영 역량을 혁신에만 사용하지 말고 그동안 소외되고 취약했던 ESG에 투자해야 한다. 포용경영이 탄소중립 시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혁신과 포용의 투트랙 전략으로 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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