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애국자만 나와라' 선거제 개편안 의결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집회 2년 연속 불허
중국이 홍콩 반(反)중국ㆍ반(反)독재 운동의 씨를 말리고 있다.
27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이날 홍콩 의회인 입법회가 당국의 공직 선거 출마 후보자 자격 심사 등이 골자인 선거제 개편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0 대 반대 2로 통과시켰다. 현재 홍콩 입법회에는 범민주 진영 의원의 자격 박탈과 집단 사퇴로 친중 진영만 남은 상태다. RTHK는 “경찰과 정부가 출마하려는 자의 자격을 심사해 이른바 ‘애국자’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자를 솎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개정 선거제가 반대파 목소리를 사그라뜨릴 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개편안 통과 직후 성명을 통해 “입법 기관에서 반중 세력은 사라지고 애국자만 남게 되는 새 시대가 열렸다”며 “반중 세력이 입법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홍콩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상황에서 선거제 개편은 시의적절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꺾으려는 건 홍콩의 반중 분위기뿐 아니다. 정치 체제에 대해서도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날 홍콩 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ㆍ지련회)가 신청한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 집회 허가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노출된다는 게 이유였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빅토리아 파크에서 매년 수만명이 모이는 촛불 집회를 주최해 왔는데, 지난해 홍콩 정부가 31년 만에 집회를 불허했다. 당시에도 코로나19가 금지 이유였지만, ‘일당 독재 종식’ 등 지련회 강령에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친중 진영의 꾸준한 지적이었다.
허가 없이 열린 지난해 집회는 홍콩 민주화 진영을 위축시키기 위한 좋은 빌미였다. 대표적인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 등 13명이 불법 집회 선동 혐의로 기소됐고, 지련회의 리척얀(李卓人) 주석은 2019년 두 차례의 반정부 시위 참여를 이유로 지난달 징역 14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홍콩에선 불법 집회에 참가할 경우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중국의 ‘홍콩 길들이기’에는 교육도 동원된다. 홍콩 교육부는 전날 중국역사와 역사, 고교경제, 초중생활사회 등 4개 과목 관련 교육 지침을 각급 학교에 내려보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교육부는 입술ㆍ이가 서로 의지한다는 뜻의 ‘순치상의’(唇齒相依)를 언급하며 “학생들은 중국과 홍콩이 피로 맺어진, 서로 의지하는 밀접한 관계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교육부는 2월 홍콩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4가지 혐의를 6세 아동부터 익히게 한다는 지침을 하달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8개 과목 국가 안보 교육 지침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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