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HI★인터뷰] 김의성의 '어느 멋진 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HI★인터뷰] 김의성의 '어느 멋진 날'

입력
2021.05.31 07:00
0 0
배우 김의성이 SBS 드라마 '모범택시'로 쏟아진 큰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밝혔다. 키이스트 제공

배우 김의성이 SBS 드라마 '모범택시'로 쏟아진 큰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밝혔다. 키이스트 제공

배우 김의성의 존재감은 어디에서나 빛난다. 수많은 악역을 거쳤지만 이토록 사랑받는 배우도 드물다. 그런 김의성이 이번에는 정의로운 '다크히어로즈'의 수장으로 대중을 만났다.

김의성이 출연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극본 오상호·연출 박준우)는 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으로 공감과 통쾌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한국형 히어로물이다.

1987년 극단 활동으로 배우를 시작한 김의성. 그는 공백기를 끝내고 2011년 복귀 이후 영화, 드라마 구분 없이 3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열일 행보' 중이다. 김의성은 2019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국민 여러분!' '아스달 연대기'에서 활약한 데 이어 2년여 만에 '모범택시'를 통해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먼저 김의성은 종영한 소감에 대해 "오랜만에 드라마를 했는데 시청자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해주셨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감사하고 뿌듯하다. 반응을 많이 보는 편이지만 상처 받을까 봐 조심한다. 특히 식당에서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 일일드라마 주인공이 받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물을 하게 됐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모범택시' 대본을 받은 그 순간을 두고 운명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의성은 '사적 복수'라는 소재의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 날, '모범택시' 출연 제안을 받았다면서 "당일 밤 출연을 결정했다. 튕겨볼 시간이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다. 대본의 디테일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기획이 중요했다. 특히 캐릭터를 연구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출연 확정 계기를 밝혔다.

배우 김의성이 SBS 드라마 '모범택시'로 쏟아진 큰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밝혔다. 키이스트 제공

배우 김의성이 SBS 드라마 '모범택시'로 쏟아진 큰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밝혔다. 키이스트 제공

극 중 김의성은 무지개 운수의 수장 장성철로 분해 이야기의 무게감을 더했다. 특히 악인을 처벌할 때의 냉혹함과 무지개 운수 멤버들,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날 때의 다정함을 동시에 그려내며 양면의 호연을 펼쳤다.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인 만큼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추측이 모이기도 했다. 이처럼 차가움과 따스함을 함께 그려내는 과정에서 과잉되지 않게 중용을 찾아야 했을 터. 이에 대한 연기적 고민이 궁금해졌다.

이에 김의성은 "대본을 받고 쭉 읽었다. 장성철을 어떻게 그릴까 생각하다가 이중성이라는 키워드를 잡았다. 낮에는 사람들을 돕고, 위로한다. 밤에는 아무 망설임 없이 사람을 처벌하고 협박한다. 둘 중 뭐가 이 사람일까. 어떤 게 진짜일지 생각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두 모습 다 진짜다. 스스로를 괴물이라 평가할 수 없겠지만 객관적으로 괴물이다. 가족이 처참하게 살해당한 트라우마에서 출발한 괴물"이라 냉철하게 답했다.

이처럼 캐릭터를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방식으로 완성시킨 김의성이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쉽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의성은 "고민이 많았다. 장성철은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집중하는 모습들이 모여 장성철을 구현했다. 과거에는 캐릭터의 전사를 많이 고민했지만 이제는 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욕망과 다른 사람의 욕망이 부딪히는 게 더 중요하다. 지금은 제 연기를 고민하고 캐릭터의 욕망을 알고 있는 게 메인이다. 다른 데 신경 쓸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김의성에 따르면 완성도 높게 만들어진 지하 감옥 세트가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였다. 김의성은 촬영 현장을 본 후에야 마지막까지 갖고 있던 장성철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감옥을 위해 악인과 손을 잡는 사람이면서 선하려 노력하는 인물, 장성철에 대한 간단명료한 설명이었다.

작품은 현대판 노예, 학교 폭력, 성착취 동영상 등 실제 사건을 에피소드로 차용했다. 평소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은 김의성에겐 어떤 여운으로 남았을까. 이에 김의성은 단호한 태도로 "사건들에 대한 판단이나 소회로 접근하지 않으려 했다. 특히 배우와 감독은 더욱 그래야 한다. 작품의 메시지는 이미 풍부했고 배우도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 하면 된다. 판단은 보는 이들의 몫이다. 배우는 판단이나 태도를 갖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김의성은 가학성 논란에 대해 소신을 드러냈다. 극 초반 지적장애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가학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중의 비판이 쏟아졌다. 김의성은 자신도 가학성을 느꼈다면서 "저도 작품을 보면서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었다. 그런데 1회에서 피해자를 대한 방식으로 2회에서 가해자를 똑같이 대하니 열광하더라. 드라마에 대한 규정을 새로 했다. 성인들이 보는 드라마인 만큼 성인들이 수용하지 못할 수위는 아니었다. 작품 속 웃음도 오락도 폭력도 엔터테인먼트의 일부다. 오히려 더 위험한 건 주제였다. 사적복수라는 주제야말로 청소년들에게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극본 작가 교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앞서 '모범택시' 10회까지 함께 진행한 오상호 작가가 하차한 후 이지현 작가가 11회부터 집필을 맡았다. 김의성은 "달라진 점을 많이 느끼진 않았다. 대본이 빨리 안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작가 교체가) 단계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위기감을 느끼거나 연출에 개입하진 않았다.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하자고만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다면 '모범택시'는 김의성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를 두고 김의성은 웃으면서 "식당에서 서비스를 많이 준 작품이다. 아침드라마 주인공은 이런 기분이겠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운이 좋았다. 다음 작품에서도 인기를 바라면 상처를 입는다. 결과를 바라고 선택하는 것은 좋지 않다. 연기도 새로운 걸 해야 한다"면서 "필모그래피를 자주 돌아본다. 제가 배우 하다가 그만두고 돌아온 지 10년이 됐다. 너무 운이 좋았다. 좋은 작품을 많이 할 수 있었고 이 나이에도 계속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멋진 순간이 너무 많았다. '건축학개론', '관상' 같은 작품을 하고 나면 먹고 살 기간이 연장된다. 이후 '부산행', '더블유'를 하고 '미스터션사인'을 만났다. 극 중 인상적인 장면이 있으면 배우로서의 생명력이 늘어난다. 그런 순간들을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기억해주니 고맙다"면서 깊은 여운을 전했다.

배우 김의성이 SBS 드라마 '모범택시'로 쏟아진 큰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밝혔다. 키이스트 제공

배우 김의성이 SBS 드라마 '모범택시'로 쏟아진 큰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밝혔다. 키이스트 제공

그는 자신을 돌아보며 '재승박덕'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과거의 저는 재승박덕, 재주는 있는데 덕이 없는 사람이었다. 얄밉다는 평가도 들었다. 하지만 삶의 굴곡들이 저를 평평하게 만들었다. 또 좋은 사람을 만나 배우기도 한다. 나이 먹으면서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똑똑한 사람보다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다. 후배들에게도 인생 상담 안 하고 같이 노래방이나 갔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소탈한 면모를 드러냈다.

이처럼 김의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할 줄 아는 배우다. 또 스스로 빛나기보다 좋은 작품과 사람들 속에서 어우러지면서 조화롭게 살아간다. 스타보다 팀 플레이어를 자처하는 것이 김의성의 롱런 비결이 아닐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