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전략회의 주재
문재인 대통령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의 확실한 반등'과 '코로나19 격차 해소'를 이유로 들면서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또 한 차례 편성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내년 5월 출범하는 다음 정부로 재정 건전성 관리 부담을 넘긴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재정 건전성 양호' 판단... 추경 가능성도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확장재정 기조를 내년까지 유지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회복 성과가 고르게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때일수록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재정이 경제의 균형추가 되어 부족한 가계와 기업의 활력을 보완하고, 양극화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확장재정 유지의 근거로 삼았다. "최근 위기 대응 과정에서 국가 채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증가 폭이 낮고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를 보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 재정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4.5%로, 주요 20개국(G20) 국가 평균(10.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추가 추경 추진 가능성도 열어뒀다.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세수를 활용한 추가적 재정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방역 상황과 경제 여건 변화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세금이 19조 원 더 걷혔고 하반기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청이 추경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은 "확장재정 운용에 의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올해 들어 세수가 큰 폭으로 회복됐다"며 "확장재정이 재정 건전성 관리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도 했다.
우려도 상당... 文도 "의견 엇갈리지만"
확장재정 정책이 지속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발표하면서 "오랜 기간 확립돼온 한국의 재정 규율 이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정부의 재정 정상화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2025년부터 국가 재정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재정수지 적자 3% 이내로 관리하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도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추경을 반영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8.2%인데, 내년까지도 확장재정을 지속한다면 이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다. 2023년 이후 재정준칙 기준을 맞추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은 다음 정권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지속하면서도 중장기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중기 재정 운용 방향을 수립하겠다"고 보고했다. 확장재정 기조에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도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확장재정을 요구하는 의견과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내년도 예산안과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등 재정 운용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위급 의사결정 회의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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