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신고도 안 된 관사용 오피스텔 물색
임대차보증금 승계 조건 공짜로 매수한 뒤
담보대출 후 매도인에게 보증금 책임 떠넘겨
대구지검, 무등록 중개인 등 14명 불구속기소
매매가가 임대보증금 수준으로 떨어지자 보증금을 넘기는 조건으로 추가금 없이 소유권을 넘긴 매도인들이 무더기로 집만 날린 사건이 대구에서 일어났다. 사기꾼들이 임차인들이 전세권설정이나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채 보증보험에만 가입한 사실을 노려 이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지검 환경ㆍ보건범죄전담부(부장검사 김정환)는 매수인들과 공모해 대구 혁신도시 내 한 기관이 직원관사용으로 임차한 대구 동구 신천동 한 오피스텔 28채의 소유권을 이전 받아 편취한 혐의(사기) 등으로 무등록 부동산중개업자 A(42)씨와 매수인 등 14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임차인이 전세권설정은커녕 전입신고도 하지 않고 대신 보증보험에만 가입한 오피스텔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대구 동구에 있는 이 오피스텔은 1개동 326실 중 130실을 준공공기관이 관사로 임차한 곳이다. 원소유주들은 대부분 일반임대사업자여서 임차인은 원천적으로 전입신고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보증보험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일당의 사기수법은 기상천외했다. 매매가가 지속적으로 하락, 임대차보증금 수준이 된 오피스텔 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채무를 승계하겠다는 조건으로 실질적인 매매대금 지급 없이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이렇게 보증금 8,600만~9,600만원인 오피스텔 28채를 매수했다.
하지만 매수 의도는 따로 있었다. 매매가 상승이나 임대차수입이 아니라 오피스텔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게 주목적이었다. 매입 후 금융권으로부터 최고 한도로 대출받아 A씨와 명의를 빌려준 일당, 실질적인 매수인 등이 나눠가졌다.
불똥은 1차적으로 임차인에게 튀었다. 준공공기관은 자신들이 빌린 오피스텔에 뒤늦게 근저당권이 설정된 사실을 확인하고 임대차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사기꾼들은 보증금을 내주지 않았다. 준공공기관은 경매를 신청하더라도 후순위여서 보증금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보증회사는 준공공기관에 보증금을 대신 지급한 뒤 임대차계약의 당사자인 원래 집주인(매도인)에게 임차보증금반환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매도인들은 애물단지가 된 오피스텔을 정리하려다 집은 사라지고 보증금만 떠안게 됐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2019년 말부터 1년 가량 경찰이 송치한 유사 사기사건을 분석한 결과 브로커가 개입한 조직적 범행으로 확인, 수사를 확대해 밝혀냈다.
검찰은 최근 A씨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가 확보됐다는 이유로 기각되자 27일 14명 모두 불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시세하락으로 매매가가 보증금수준이 된 관사용 오피스텔을 골라 거의 공짜로 매수한 후 임대차 대항력이 없는 점을 노려 금융기관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아 가로채는 갭투자방식의 지능적인 부동산 사기”라고 설명했다.
피해자인 매도인들은 사기꾼인 매수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피해회복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몇천만원 손해보고 손절매한다고 생각한 것이 최초 투자금 전체를 날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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