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문사회연구회, 홍장표 전 수석 KDI 원장 결정
경제수석-소주성특위 위원장 거치며 소주성 정책 주도
KDI 원로들 "경제 원론적 통찰도 부족한 인사" 비판 성명
최근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소주성 정책 비판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분야 ‘씽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정권 초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설계자인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부경대 교수)이 선임됐다.
KDI 출신 원로 학자들의 홍 전 수석 선임 반대에도 정부가 임명을 강행하자, 정권 말까지 ‘코드 인사’가 지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야권은 물론이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최근 정부의 소주성 정책을 비판하고 나서, 홍 전 수석 선임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연)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홍 전 수석을 KDI 원장으로 최종 결정했다.
홍 전 수석은 소주성 이론을 국내에 소개한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로 꼽힌다. 그는 2014년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 변동이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통해 “노동몫을 높이는 노동친화적 소득분배정책이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설파했다.
이후 그는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등 소주성 정책을 주도했고, 퇴임 이후에는 청와대 소주성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소주성 정책을 측면 지원했다.
문제는 홍 전 수석이 지휘한 이 정책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좌승희 전 한국경제연구원장 등 KDI 출신 원로 학자들은 홍 전 수석이 KDI 원장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문제의 인사는 전대미문의 정책으로 경제를 파괴하고 민생을 질곡에 빠뜨린 경제 원론적 통찰력도 부족한 인사”라며 “소주성 정책 주창자의 KDI 원장 임명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
더구나 거시경제정책에 대해 주로 연구하는 KDI 원장 자리에 노동경제학자인 홍 전 수석이 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보 성향의 학자들도 박한 평가를 내렸다. 진보적 경제학자인 ‘학현학파’가 중심이 된 서울사회경제연구소·한국경제발전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소주성 등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한 것이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 등은 이 심포지엄에서 “소주성에서 제시하는 주요 세부 정책은 그 자체로 소득분배개선, 취약계층 지원 정책 수단인데, 성장론이 필요하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나지 못해 정책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공약 실천을 위해 시장 여건을 무시하고, 무리한 정책으로 원래 의도를 달성하지 못한 채 부작용만 양산했다”고 비판했다.
홍 전 수석 선임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 소주성 정책을 처음부터 반대해온 야당은 물론이고, 정부의 정책 파트너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근 “자영업자가 큰 타격을 받아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없어졌다”며 소주성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권 말 ‘알박기’ 인사 논란도 일 수 있다. 원장 임기(3년)를 고려하면 홍 전 수석은 다음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2년간 더 KDI 원장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김준경 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임기를 1년 반가량 남기고 사퇴해, 홍 신임 원장이 임기를 다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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