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美 유인 달탐사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한국, 27일 약정 서명…10번째 참여국 확정
"우주산업 성장 기회" vs "미국이 기술 내주겠나"
1972년 아폴로 17호의 마지막 달 착륙 이후 반세기 만에 다시 인류를 달로 보내는 미국의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에 한국이 참여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뭉친 우주 연합체의 구성원이 된 우리나라는 미국 대 중국·러시아의 대결 구도로 나아가고 있는 우주 패권 전쟁에 합류할 기회를 얻었다.
다만 프로그램 목표인 달탐사에서 한국의 역할과 협력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우리 우주산업의 규모와 역량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과 연합국 간 공조체계 방식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질적 이득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다. 기술 종속 관계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우리만의 비교우위를 선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번엔 장기 탐사…광물 채굴도 포함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에 참여하기 위한 서명 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 영국 등에 이어 10번째 서명국이 됐다.
그리스신화 속 달의 여신 이름을 딴 아르테미스는 2024년까지 달로 우주인을 보내는 대형 프로젝트다. 쌍둥이 오빠 아폴로에 이어 이번엔 인류 최초로 여성 우주인을 달로 보낸다는 의미도 있다.
지구에서 달로 직행했던 아폴로와 달리 아르테미스는 달 주위를 도는 우주정거장(게이트웨이)을 먼저 건설한다. 우주선을 타고 간 우주인은 게이트웨이에서 체류하다 착륙선을 이용해 달 표면에 도착하는 방식이다. 게이트웨이라는 거점을 만드는 건 장기적인 달탐사와 함께 화성을 포함한 심우주 탐사까지 내다본다는 의미다.
기존보다 다양한 장비와 발사체가 필요하다 보니 미국은 국제협력 체계를 택했고 아르테미스 약정은 협력국이 지켜야 하는 '우주법' 개념이다. 약정에는 평화적 목적의 탐사, 투명한 임무 운영, 탐사 시 확보한 데이터 공개 등의 원칙이 담겼다.
연합체 합류로 인한 우리의 기대효과는 우주산업 협력 강화다. 내년 8월 발사 예정인 한국형 달 궤도선에 NASA의 탑재체를 싣는 등 그동안 미국과 간접적으로 진행한 공조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우주탐사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고 203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국산 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선 개발에도 미국의 지원 및 협력을 우리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희귀 원소인 '희토류', 석탄 40톤이 생산하는 에너지를 단 1g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헬륨3' 등 달에 있는 자원 채취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미 vs 중·러 소용돌이에 기술 속국 우려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 연합체 반대편에 섰다. 미국의 견제로 독자적 우주정거장을 연구해 온 중국은 지난 3월 러시아와 공동으로 우주정거장을 세우기로 했다. 러시아는 "미국 중심적"이라며 아르테미스 참여를 거절한 바 있다. 옛 소련의 영광을 되찾고 미국의 독주를 막으려는 러시아·중국과 미국 간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게 국제사회의 시선이다.
우리는 우주 기술이 로켓이나 위성 중심이라 탐사 기술은 상당히 뒤처져 있다. 아르테미스 참여로 기술 격차를 좁히려면 통신 기술을 활용한 우주인터넷 등 한국만의 강점을 발휘해 기여도를 높이면서 부족한 기술 지원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우주공학 전문가는 "아무리 연합했다 해도 우주 기술은 군사 기술로 전용되기 쉬운 특성상 국가 간에 공유를 잘 안하고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라며 "미국 리더십만 키워주는 데 그치지 않기 위해선 국내 연구소들과 NASA 사이에 서로의 역할을 구체화하는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리가 앞서 있는 기반기술을 활용하면서 차츰 역할 분담을 정해 나가겠다"며 "서로 필요한 기술을 협력하는 게 기본 방향이지만 우주 강국이 모인 핵심 그룹이라 오히려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