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엔 가입 30주년
“우리나라가 유엔의 일원으로 지낸 기간이 제 나이와 같다니, 지급받은 파란 베레모가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한빛부대 의무병인 성윤제 상병은 27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유엔 가입 30주년인 올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파병 장병으로 복무하면서 서른 살을 맞이한 감회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같은 부대 지게차운용관인 김슬기 중사와 레바논 동명부대 화생방장교 길근수 대위도 한국의 유엔 가입 역사와 함께 자라온 서른 살 동갑내기다. 이들은 PKO를 상징하는 '블루 베레'를 쓰고 내전의 상처가 남아 있는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들에게 파병 지원은 큰 결심이었다. 30차례 헌헐로 지난해 10월 헌혈유공장 은장을 받은 길 대위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해왔다"며 "레바논 국민들에게 평화의 소중함과 재건의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직업군인 가족 출신인 김 중사도 "두 아이의 엄마로서 걱정이 많았지만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응원 덕에 마음 편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임무 수행은 난관의 연속이다. 특히 동명부대는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이 레바논으로까지 번진 탓에 군사적 긴장 속에 활동하고 있다. 길 대위는 "얼마 전 레바논과 이스라엘 사이에 로켓과 포탄 공방이 세 차례나 일어나 레바논 유엔평화유지군(UNIFIL) 전체에 실제 비상이 발령됐다"며 "지휘관을 중심으로 전 부대원이 단결해 안전이 확보된 가운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폭염도 현지 복무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남수단 재건지원작전 현장에서 지게차와 레미콘 차량, 덤프차량 등을 운전하는 김 중사는 "40도를 웃도는 날씨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작업을 하면 온몸이 금세 땀으로 흠뻑 젖고 숨 쉬기도 힘들어진다"고 했다. 의무대에서 진료 보조와 약제 업무를 담당하는 성 상병은 "코로나19 유행 전 민군작전 일환으로 활발하게 이뤄졌던 현지인 대상 의료지원이 많이 제한됐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한국의 평화유지군이라는 자부심이 이들을 지탱하고 있다. 김 중사는 "'남수단을 밝히는 환한 큰 빛'이라는 이름답게 UNMISS 중 가장 신뢰받는 부대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한빛부대는 내전과 가난에 신음하는 남수단 재건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동명부대는 올해로 파병 15주년을 맞았다. 길 대위는 "유엔과 주변국 평가가 좋고, '레바논의 가장 친한 친구'로 불릴 정도로 주민 호응이 높다"며 "유엔 가입 30주년, 레바논 파병 15주년에 특별한 임무를 맡게 돼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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