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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배터리 협력이 가져올 나비효과

입력
2021.05.27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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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
김연규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 결과 국내 4대 기업인 삼성전자, 현대, SK와 LG가 각각 미국 현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44조 원이 넘는 투자를 하게 되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는 탄소중립과 기후변화대응의 최일선에 있는 21세기 첨단산업과 기술로 향후 10년 글로벌 수급 전망과 공급망을 둘러싼 국가 간 합종연횡이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 간 연합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사실 전기차, 재생에너지, 배터리, 반도체는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한 덩어리의 기술이다. 특히 배터리는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를 가능하게 하는 중심축이며 반도체는 어제오늘의 기술이 아니지만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서 드러나듯이 전기차에 소요되는 반도체는 내연기관차의 5배이다. 배터리는 전기차와 전력그리드에 모두 필수적인 것으로 아직은 90퍼센트가 전기차에 소요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 30일 미국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은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인프라 수준은 세계 13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020년 현재 유럽과 중국의 전기차 보급대수는 각각 140여만 대로 비슷하지만 미국만 30여만 대로 훨씬 뒤처져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 현황도 전기차와 비슷한 형국이다.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보급대수는 1,200만 대, 2030년 1억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미국은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모두 유럽과 중국을 역전하려고 하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2025년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뛰어넘는 성장세가 예측되는 대표적 산업이 될 것이며 현재는 글로벌 1~10위 기업이 모두 한중일 기업들이다. 지난 10여 년간 전기차, 재생에너지, 배터리산업의 중심은 생산과 소비가 중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다양한 희소금속과 희토류 등 원료 공급과 중간 가공을 포함하는 글로벌 공급망을 중국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재생에너지, 배터리산업이 중국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럽연합은 이미 2017년에 아시아, 특히 중국에 대한 배터리 의존을 탈피하여 배터리산업의 통합공급망을 역내에 구축하는 배터리 내재화를 시작하였다. 미국의 배터리 내재화는 미국의 동맹을 활용하는 것인데 일본은 아직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내연기관차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한국과 배터리 연합을 형성한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금번 한미 배터리 협력은 향후 연관 분야로 파급되는 나비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이 앞서 있는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까지 포함하는 수소기반 모빌리티 실현과 제조공정에서의 수소경제 실현 등의 한국과 미국의 협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미국의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 계획에도 2030년까지는 배터리기술이 1차적으로 운송과 전력그리드에서의 탄소감축을 실현하고 2030년 이후에는 수소 연료전지기술이 보조적으로 투입되면서 탄소감축을 배가하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31%에 달하지만 희소금속과 희토류 등 금속원료를 지나치게 중국의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배터리 금속인 코발트, 망간, 천연흑연 등 가격이 다시 치솟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 금번 한미 첨단산업 협력이 핵심원료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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