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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줄 알았는데… ' 병원 바닥에서 코로나 치료 기다리다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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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줄 알았는데… ' 병원 바닥에서 코로나 치료 기다리다 사망

입력
2021.05.27 09:30
수정
2021.05.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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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부족 병원에서 바닥에 누워 치료 기다리던 라라
제때 치료 못 받아 결국 사망... 아르헨티나 현실 충격
"병상 기다리다 눕고 싶단 딸... 남편이 재킷 벗어줘"

라라 아레기스가 병원 바닥에 누워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SNS 캡처

라라 아레기스가 병원 바닥에 누워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SNS 캡처

바닥에 누워 있는 한 여성의 사진에 아르헨티나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곤히 잠들어 있는 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병상이 부족한 병원의 바닥에서 치료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아르헨티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2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곳 산타페에서 수의대에 다니던 라라 아레기스(22)는 지난 21일 새벽 코로나19로 짦은 생을 마감했다.

아레기스가 사망에 이른 과정은 안타깝기만 하다. 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던 그는 13일 코로나 의심 증상을 보였고 나흘 뒤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치료제 처방을 받은 것.

그러나 점점 상태가 악화되는 딸의 모습에 부모는 산타페 도심의 프로토메디코 병원을 찾았다. 아레기스를 수용할 만한 병상이 없어 결국 병원에서 임시로 내준 휠체어에 앉아 기다려야 했다.

아레기스의 부모는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딸을 대형 병원인 이투리아스페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 병원에는 병상은 물론이고 아레기스가 기댈 만한 의자조차도 없었다.

2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남성이 정부의 부실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항의하며 '7만4,000명 사망'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있다. AP 뉴시스

2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남성이 정부의 부실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항의하며 '7만4,000명 사망'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있다. AP 뉴시스

그는 결국 병원 바닥에 누워 치료를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아레기스의 어머니 클라우디아 산체스는 "병원에 병상이 없었고 딸은 '쓰러질 것 같다'는 말을 했다"며 "눕고 싶다면서 바닥에 누웠는데, 남편이 재킷을 덮어줬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당시 아레기스가 누워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병상에 누운 아레기스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고 말았다. 코로나19 증상인 양쪽 폐에 염증이 생기는, '양측성 폐렴'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0여 년간 당뇨병을 앓아온 그는 코로나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병원에서 인슐린 치료도 받아왔지만, 결국 병상이 부족했던 탓에 치료가 늦어진 것이다. 백신 접종 대상이었지만 아르헨티나 내 백신이 부족해 접종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산체스는 딸의 마지막 모습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그러자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 사진 속 아레기스의 모습은 충격과 함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신규 확진자가 연일 3만 명 이상 나오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이곳 정부는 이달 말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봉쇄 조치를 내렸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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