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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고 달리고 살 뺀다? 2030이 챌린지에 몰입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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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고 달리고 살 뺀다? 2030이 챌린지에 몰입하는 까닭은

입력
2021.05.30 09:00
수정
2021.05.30 09:32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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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사이서 돈 내고 일상 꾸미는 챌린지 인기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 위해 돈 내고 실천
목표량 성공하면 선물받고 실패하면 '벌금' 내기도

정소희씨가 매일 하고 있는 '드로잉 일기 쓰기' 챌린지. 인스타그램 캡처

정소희씨가 매일 하고 있는 '드로잉 일기 쓰기' 챌린지. 인스타그램 캡처

10년차 직장인 나지선(34)씨는 매일 휴대폰으로 자신의 삼시세끼 식단을 사진 찍는다. 매일 러닝, 폴댄스, 등산 등의 운동 활동을 한 사진도 잊지 않는다. 자기 전에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매가 드러난 사진 찍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 모든 것을 매일 한 지 80일이 넘었다.

3월부터 실천해오고 있는 나씨의 '살뺌 챌린지'다. 나씨는 해당 챌린지를 수행하기 위해 매달 5만 원의 보증금을 낸다. 한 달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인증을 할 경우 20%의 리워드, 즉 1만 원을 포함한 6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 1회 실패할 경우 30%, 3회 이상 실패할 경우 보증금을 받을 수 없다.

인증을 독려하기 위한 강제 장치로는 보증금만 있는 건 아니다. 매주 '평소보다 10분 더 운동하기 인증', '매주 다이어트 정보 공유하기', '건강식 먹기' 등의 이벤트도 열린다. 해당 이벤트의 인증까지 수행하면 4,000원가량의 기프티콘을 받을 수 있다.

'살뺌 챌린지'를 기획한 건 평범한 직장인 김준태씨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을 통해 해당 챌린지 참가자를 모집한 지 약 10개월이 지났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쉬고 있는 닉네임 시선(37)씨는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를 통해 매달 챌린지를 한다. 지난해 9월 2일부터 시작, 지금까지 260일 넘게 다양한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버츄카드X감사읽기', '차·커피 마시며 책 읽기', '매일 드로잉 일기 쓰기', '하루 한끼 비건 식사하기', '제로 웨이스트 실천하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등의 챌린지를 위해 다달이 7만 원을 지불한다. 대부분 매달 90% 이상의 인증을 기록, 보상인 포스터와 엽서 등을 받고 있다.

자신만의 일상 꾸려가며 자존감 향상

직장인 손모(28)씨는 매일 저녁 '명상X일기 쓰기' 챌린지를 수행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직장인 손모(28)씨는 매일 저녁 '명상X일기 쓰기' 챌린지를 수행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돈을 내고 일상을 꾸려가는 챌린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소위 '일상력 챌린지'로, 일상을 가꾸는 힘을 만들기 위해 지키고 싶은 행동 양식을 정해 이를 습관처럼 지켜나가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습관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주일에 12㎞ 달리기부터 일기 쓰기까지 소소한 행동을 지키는 것이다. 특징은 원하는 행동 양식을 느슨하지만 꾸준하게 지키면서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적정한 돈을 내고, 특정 목표를 이루면 보상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돈을 내고서라도 챌린지에 참가하는 가장 큰 이유자신만의 일상을 만들어나간다는 데 있다. 시선씨는 "챌린지를 통해 나만의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만족감이 높다"며 "매일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신뢰도 더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밑미' 챌린지를 하고 있는 무직 장태성(29)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주체적으로 산다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며 "그래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주체적으로 살고자 챌린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7만 원이 아깝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 돈을 내지 않았으면 내가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매일 하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해 꾸준히 매달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목표 달성을 위해 강제로라도 꼭 해내야 한다는 다짐을 실천하는 효과를 볼 때도 있다. 나씨는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환경을 통해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전했다.

시선씨도 "사실 마음에는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인데 진작 실천하지 못했던 것을 챌린지를 통해 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챌린지를 통해 나의 활동량을 시각화하고 트랙킹하고 피드백까지 받을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개발자 김준태씨는 "매달 개인적으로 받는 수익은 최대 5만 원으로, 보상금을 주느라 매달 10만 원 적자가 나기도 한다"며 "하지만 습관화의 핵심은 선순환으로,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최대한 기프티콘 리워드를 많이 주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공유하며 '소확성' 쌓아가

시선씨는 '차 마시며 책 읽기' 챌린지를 수행하기도 했다. 독자 제공

시선씨는 '차 마시며 책 읽기' 챌린지를 수행하기도 했다. 독자 제공

여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상과 업무 사이의 벽이 사라진 것도 한몫한다.

지난해 10월 5일부터 7개월째 '차·커피 마시며 책 읽기', '매일 드로잉 일기 쓰기' 등의 챌린지를 수행하고 있는 디자이너 정소희(31)씨는 "코로나19로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개인 공간과 공적 공간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스스로 통제를 하는 게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고 전했다.

함께 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도 일상 챌린지의 특징이다. 이들은 단체 메신저 방에서 모여 매일 인증을 하며 서로를 독려한다. '살뺌 챌린지'에서는 김준태씨가 있는 것처럼 '밑미'에서는 '리추얼 메이커'가 있다.

시선씨는 "이미 챌린지를 꾸준히 해온 리추얼 메이커가 시작을 도와주고 멤버들과 함께 하니까 더 즐겁게 할 수 있고, 매일 멤버들의 피드백을 받는데, 누군가가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니 안전한 공간에 속해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리기 챌린지'에서는 "실제로는 혼자 달리지만 같이 달리는 기분을 느낀다"는 소감이 나온다고 한다.


습관 하루하루 쌓이며 나만의 콘텐츠 만들어

시선씨는 '드로잉 일기 쓰기’ 챌린지를 수행했다. 독자 제공

시선씨는 '드로잉 일기 쓰기’ 챌린지를 수행했다. 독자 제공

실제로 이들은 챌린지를 통해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었다. 나씨는 "6주 동안 혹독하게 자기 관리를 해 3㎏를 감량, 현재 48㎏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고, 장씨는 "최근 커리어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여러 일들이 있었는데 꾸준한 일상을 통해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크게 흔들리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시선씨는 "이전에는 부족한 것만 생각해 항상 외부에서 뭔가를 채우려고만 했다면 꾸준한 습관을 통해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게 됐다"며 "또 이전에는 몰랐던 몸을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나도 할 수 있으니 당신도 해보세요'라고 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정씨는 "하루를 내가 원하는 대로 꾸려가니 내가 경험한 것을 느끼고 나누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며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남들과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데 익숙한 MZ세대는 연결을 통해 성취감을 느낀다"며 "리워드도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지만 챌린지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얻는다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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