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과 직접 계약 라이더 적고
영세한 곳은 실명 인증도 못해
소수 대형업체 제재에만 초점
"실효 거두려면 전면 시행 바람직
라이더 부족 땐 배달료 오늘 수도"
여야가 잇따라 발의한 성범죄 등 강력범죄 전과자의 배달대행기사(라이더) 취업 제한 법안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는 라이더가 적은 데다, 소수의 대형업체 제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6일 국토교통부와 배달대행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과 국민의힘 홍문표?구자근 의원 등 여야가 최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강력범죄자가 라이더로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게 골자다. “업종 특성상 고객과 대면할 가능성이 높고 주소와 같은 개인정보도 취득할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법안 취지다.
그러나 배달대행업계에선 법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는 배민라이더스, 쿠팡이츠처럼 △라이더와 직접 계약을 맺는 통합형 △라이더를 거느린 지역 배달대행지사(허브)와 계약을 맺고 배달을 요청하는 분리형으로 나뉜다.
A업체 관계자는 “라이더의 범죄 경력을 확인하지 않으면 우수 사업자 인증(7월 시행 예정)을 못 받는다는 것인데, 인증 대상이 일부 대형업체에 국한돼 배달대행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대행 우수 사업자 인증제 도입을 준비 중인 국토부조차도 “소규모 업체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모든 업체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B업체 관계자는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만 30~40곳에 달하고 허브 업체는 셀 수도 없이 많아 ‘과연 현장에서 강력범죄자 취업 제한이 잘 지켜질까’ 하는 의문이 있다”며 “라이더 부족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배달료가 2,3배 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이 업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여론에 영합한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업계는 대안으로 라이더 등록·허가제를 요구했지만, 비중 있게 논의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업계에선 범죄경력이 있는 라이더의 취업은 허용하되, 이들의 관리 업무를 허브 업체에 부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범죄경력 라이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 라이더가 부족해져 배달료가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달대행 C업체 관계자는 “영세한 곳이 많아 라이더의 실명인증도 못 하는 게 현실”이라며 “배달대행업체에 의무를 지우는 식으론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 수요가 크게 늘면서 지난해 온라인 주문 음식 서비스 거래액(14조7,000억 원)은 전년보다 78.6% 급증했다. 이에 따라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는 전기차 등 경품까지 내걸며 라이더 모시기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국내 배달대행 라이더 규모는 전국의 우체부 집배원보다 15배가량 많은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강력범죄자의 배달대행업체 취업 금지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리고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에 개선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화물운송 종사 자격증이 필요하고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자격이 취소되는 택배와 달리, 배달대행업은 별도 규정이 없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 관한 법률에서 정한 성범죄자 취업 제한 37개 업종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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