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에 가려 '2인자' 신세를 면치 못했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1조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주주들의 외면을 받으며 자본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인 열풍' 덕에 계좌 수가 크게 늘면서 국내외 투자 유치가 훨씬 수월해진 영향이다.
26일 케이뱅크는 이사회를 열어 1조2,499억 원(약 1억9,229만 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원래 케이뱅크가 6,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했던 유상증자 규모가 두 배나 커진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단일 증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총 발행 신주 중 5,249억 원 규모에 대해서는 주주 배정 방식으로 진행되고, 나머지 7,250억 원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규 투자자들이 참여한다.
최대주주인 BC카드를 비롯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이 각각 2,000억 원씩 투자하고, MG새마을금고가 대표 투자자로 있는 사모펀드가 1,500억 원 규모로 참여한다.
증자 작업이 마무리되면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기존 9,017억 원 수준에서 2조1,515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2017 출범 후 4년 만에 업계 1위 카카오뱅크와 비슷한 수준의 자본금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케이뱅크는 그동안 자본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9년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암초'를 만나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영향이 컸다.
그러나 지난해 최대주주가 KT에서 BC카드로 변경되면서 지배구조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졌고,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로 신규 가입자가 대거 유치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케이뱅크는 4월 한 달 동안에만 146만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해 전체 고객 수가 537만 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이 중 70%가 2030세대라는 점에서 향후 성장성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곳간을 두둑하게 채운 케이뱅크는 업계 1위 카카오뱅크는 물론 하반기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와 본격적 경쟁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 대출에 힘쓸 계획이다.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은 "이번 대규모 자본확충은 케이뱅크 혁신 역량과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기본 사업인 예금과 대출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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