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데도 외려 가해 행위?
1심 벌금 1000만원→2심 벌금 250만원 감형?
대법 "성적·정서적 학대행위 맞다" 원심 유지
게티이미지뱅크
여고생 제자에게 "아이 잘 낳게 생겼다"는 막말을 던지는 등 성적 학대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교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경기 양주시의 한 고교에서 한국사 교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18년 3~4월쯤 수업 도중 한 학생에 대해 "너는 아이를 잘 낳게 생겨서 내 며느리 삼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이를 비롯해 제자들에게 총 11차례에 걸쳐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적 학대 행위를 하거나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A씨는 또 다른 학생을 향해서도 "인형으로 만들어서 책상 옆과 침대 앞에 걸어두고 싶다"고 말하거나, 욕설을 하며 교실 문을 걷어차는 난폭한 행위를 일삼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인 A씨는 법적으로 아동학대 신고의무가 있는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로, 아동학대범죄를 할 경우 가중처벌을 받는 대상이다.
1심은 "A씨는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교육하는 우월적 지위에 있다"며 "A씨가 언어적 성희롱을 하거나 여성에 대한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주는 발언을 할 경우 아직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확립되지 않은 고교생들의 정상적인 인격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및 성폭력치료프로그램을 각 40시간씩 이수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2심에선 벌금이 대폭 줄었다. 2심도 "A씨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유죄 판단은 이어갔다. 다만 A씨가 피해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10여 년간 교사로 성실히 근무해 온 점, 동료 교사들이 선처를 거듭 탄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학생들에게 한 발언이 성적 학대나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성적 및 정서적 학대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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