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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발달권을 보장하라

입력
2021.05.27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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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하는 초등학생들. 연합뉴스

등교하는 초등학생들. 연합뉴스


며칠 전 아동권리보장원의 토론회에서 '코로나19와 아동의 삶' 조사결과 일부가 발표되었다. 대부분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거나 소규모 조사 등을 통해 접했던 내용들이었지만, 7만5,000여 명의 아이들과 8만5,000여 명의 보호자들로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토론회 초반, 아동과 어머니의 메시지가 소개되었다. 아이는 일상의 회복을 간절히 바랐고, 어머니는 평등하게 받아왔던 학교교육에 빈틈이 생기면서 양육자로, 선생님으로, 친구로서의 역할이 가중되는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정부와 지역사회에서 그들의 무너진 일상을 회복시키려 위기 대응 노력들을 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아동과 보호자의 무너진 일상은 악화되고 있다. 어쩌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과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일상의 회복을 바란다. 일상은 무엇이며, 회복할 수 있을까? 새로운 일상의 뉴노멀 사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아이들에게 일상은 대체로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점심 먹고 어울려 지내고, 방과 후에는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과 학습을 하며,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주로 가정에서 지내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 생활의 중심축인 학교에 못 가는 상황은 이내 아이들의 일상을 무너뜨렸다. 조사결과를 보면 아침에 학교를 안 가니 수면시간은 들쭉날쭉이고, 혼자 공부하기 힘들고 집중도 안 되며 디지털기기가 없어 원격수업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도 있으며, 결식이 늘고 패스트푸드도 더 많이 먹고, 친구들과 못 만나는 자리를 스마트폰으로 대체하며,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해 방임이 늘고, 부모의 버거움과 우울감이 때론 자녀에게 갈등과 학대로 나타나는 일상의 변화가 확인된다.

코로나19 종식으로 아이들의 일상은 회복될 수 있을까? 지금 같아서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다. 아이들 일상의 회복은 무너진 건물을 다시 짓는 것과 다르며 어른들이 문 닫은 상점을 다시 여는 것과는 다르다. ‘아동’이란 단순히 만 18세 미만의 사람이 아닌, 신체·언어·인지·정서·사회적 발달 과정의 생애주기에 있는 인간이다. 따라서 그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잘못 형성되면 이후 아동의 삶에, 같은 세대 안에서는 물론 코로나19 이전 세대들과 비교하여, 회복하기 힘든 큰 격차가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부모 역량에 따라 아이들의 교육과 생활에 격차가 있다는 토론회 어머니의 말이 뼈아프다. 온 국민이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야 하지만, ‘학교’ 휴업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어른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장기적이다.

감염병이 사회적 위험으로 상존하는 뉴노멀 사회를 살아가려면 아동돌봄·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오프라인의 집단적 학교교육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교육 기능을 넘어서는 학교의 역할이 필요해졌다. 교육·돌봄·건강·문화·복지정책 등의 통합적 접근, 집단적 접근과 개별적 접근의 통합, 아동지원과 가족지원의 통합, 가족-국가-지역사회의 새로운 협력 등을 준비하자. 지금 당장, 코로나19로 인해 아동발달에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대적이고 통합적이며 세심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아동에게 일상의 회복을 넘어 발달권을 보장해주자.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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