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단체장에게 듣는다] 이강덕 포항시장
바이오·배터리 투자로 '제2의 영일만 기적' 청사진??
"돌려막기식 사격장 이전, 국방부는 재검토해야"
'포항사랑 주소갖기'로 숨은 포항인구 1,187명 발굴
지진피해 5만5,000여건 접수...지난달부터 보상
'영일만 신화'의 철강도시 경북 포항이 글로벌 미래산업에도 신화창조의 도전장을 던졌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와 바이오·헬스산업이 그것이다. 3·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극저온전자현미경, 배터리 관련 입주 기업,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인프라를 밑천 삼아 새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경북 제1의 도시다보니 현안도 산적하다. 수성사격장 미군헬기 훈련, 영일만대교 건설, 지진 후유증 극복 과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강덕(59) 포항시장은 국방부에 할 말이 많다. "국방부가 사격장을 이전하면서 돌려막기, 땜질처방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지진을 겪은 포항시민들의 트라우마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포항시청에서 이 시장을 만났다.
-올 초부터 인구 51만명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항은 모든 공직자와 시민, 학교, 군, 사회단체까지 똘똘 뭉쳐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소위 ‘숨은 인구’ 찾기에 나섰다. 또 ‘포항사랑 주소 갖기 운동’도 펼친 결과 지난 4개월간 1,187명의 포항시민이 새로 생겼다. 포항의 남성 공무원부터 눈치 보지않고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전국 처음으로 1가구 1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했다.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전수조사나 다름없는 1가구 1인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한 결과 19만6,410명의 시민이 동참해 43명의 환자를 찾아냈다. 이중 33명은 무증상이었다. 일상 속 조용한 전파를 막았다고 자부한다. 기초단체가 현장 상황을 가장 먼저 파악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방역하는 것이 중요하다."
-K바이오 랩허브 유치에 포항이 나섰는데.
"국내 4, 5개 도시가 본격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바이오 기업의 성장지원 인큐베이터가 될 이 사업에는 3,000억원 가까운 국비가 투입되고 파급효과도 크다. 포항에는 신약개발에 필수장비인 3·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구조를 밝혀낸 극저온전자현미경도 있다. 지난해 11월 산학연 개방형 연구센터인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BOIC)가 문을 열었고, 지식산업센터와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등 기반 시설을 두루 갖췄다. 포항공대와 한동대의 우수 인적자원도 풍부한 포항이 최적지다."
-최근 부쩍 포항에 자동차 배터리 관련 기업의 투자가 활발하다.
"해외 유명 철강도시들이 산업 다변화에 실패해 쇠퇴하는 걸 보면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이끌 신산업 찾기에 골몰했다. 그 결과 2017년 배터리 양극재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이 투자했고, 2019년에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12개 업체가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배터리 신사업에 뛰어든 GS건설도 7월 착공하고, 포스코케미칼도 올해말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현재 배터리 관련 기업 투자금액은 2조원, 고용인원은 3,000명이 넘는다. 배터리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풀서비스를 할 수 있는 생태계가 포항에 조성 중이다."
-포항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으로 결론났다. 포항지진특별법도 제정됐다.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5만5,000여건의 피해지원 신청이 접수됐다. 지난달부터 피해구제 지원금을 시민께 지급하고 있다. 보상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신청부터 피해조사, 지원금 지급까지 불편이 없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는 피해지역 재건과 회복을 위한 특별재생사업이 가시화된다."
-수성사격장을 둘러싼 갈등이 올 초부터 계속되고 있다.
"경기 포천의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훈련하던 미군 아파치헬기가 민원을 이유로 느닷없이 포항시 장기면 수성사격장으로 훈련장을 이전했다. 1965년부터 60여년간 공용화기 사격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아파치 헬기의 굉음과 진동에도 몸살을 앓게 된 것이다. 사격장 이전이 어떻게 돌려막기 땜질처방으로 이뤄질 수 있나. 지진 트라우마가 가시지 않은 포항을 이전지로 선택한 것도 용납할 수 없다. 국방부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옛 포항역사에 69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다. 바로 옆이 성매매 집결지다.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69층 주상복합건물 3개동을 짓는다. 구도심에 도시생명력을 불어넣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이 일대에는 50여 성매매업소와 100여 종사자가 있다. 시는 여성단체와 노동부, 경찰 등 유관기관과 민관협의체를 만들었다. 성매매 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0년 넘게 영일만대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어떻게 되나.
"영일만대교는 초승달 모양의 영일만을 끼고 바다로 단절된 포항의 남과 북을 연결하는 교량이다. 국도대체 우회도로 31호선은 2016년 울산~남포항 구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량이 급증해 최하위 E등급을 받았다. 2023년 북포항~영덕 구간이 개통되면 교통혼잡은 물론 사고 우려도 크다. 대형 교량사업은 B/C(경제성)가 1을 넘긴 적이 없는 만큼 정책적, 정무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반드시 영일만대교를 건설토록 하겠다."
-내년 지방선거 3선출마를 공식화했다. 스스로 장단점을 평가한다면.
"지난 7년간 단체장 경험과 능력이 축적됐다. 포항의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더 일하고 싶다. 단점이라면 시민의 피로감이 아닐까."
●약력
△달성고 △경찰대 1기 △포항남부경찰서장 △경북경찰청 차장 △대통령실 치안비서관 △서울·부산·경기경찰청장 △해양경찰청장 △포항시장
정리=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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