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신종·호황 업종 탈세 혐의자 67명 세무조사
'홈트' 이익 헬스기구 업체·'홈쿡' 이익 식자재업체 등 선정
중부권 소재 유명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인 A컨트리클럽 사주는 20대 자녀에게 골프장 주식을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증여했다. 또 골프 카트 공급을 독점하는 자녀의 회사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카트 대여료를 지급하고, 건설업을 하는 관계사에 매달 골프장 조경 관리 명목으로 과다한 공사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 골프장은 대중제라는 이유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있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몰리자 골프장 이용료를 10% 이상 기습 인상해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국세청이 빅데이터 자료를 활용해 A골프장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반사이익을 본 ‘신종·호황 업종’에 대해 분석을 해보니, 법인 자금을 유출하거나 자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편법 지원한 업체가 다수 적발됐다.
국세청은 1차 분석을 통해 67명의 명단을 확정하고 이들에 대한 집중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대상 선정을 위해 국세청 자체 자료인 엔티스(NTIS) 빅데이터와 온라인 쇼핑동향, 국민 이동량 데이터베이스 등을 활용했다. 분석 결과 레저·취미 분야의 수입은 전년 대비 28%, 비대면·건강 분야는 19%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헬스기구 판매업체 B사는 지난해 ‘홈 트레이닝’ 유행으로 매출이 늘어나자 현금 매출을 숨기기 위해 친척의 계좌로 판매 대금을 빼돌렸다. 사주 일가로부터 수십억 원을 빌린 것처럼 장부를 꾸민 뒤 이를 상환하는 방법으로 법인 자금을 빼돌리고, 사주 일가는 이 돈으로 서울지역의 아파트와 상가 등 10여 건의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식자재업체 C사는 ‘홈쿡’ 유행으로 반사이익을 봤다. 이 회사는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친척을 허위 채용하는 방식으로 법인 자금을 빼돌렸고, 법인 명의로 슈퍼카도 사들인 뒤 사주 일가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해외에 법인을 설립한 뒤 투자 명목으로 고액의 자금을 송금한 뒤, 이 돈을 사주 자녀의 유학비용으로 쓰기도 했다.
소득을 숨기기 위해 가상자산을 활용한 병원도 있었다. 교정전문치과인 D치과는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매출을 신고하지 않은 뒤, 이를 숨기기 위해 수십억 원을 가상자산에 투자했다. 이 중 일부는 해외에 체류 중인 자녀에게 편법 증여해 유학자금으로 유용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 대상을 선정할 때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피해가 큰 사업자는 포함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검토했다"며 "빅데이터 자료를 통해 업종별 동향을 분석한 뒤 탈세 분야를 정확히 도출해 효과적인 조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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