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1100만원 배상하라" 판결도
시인 박진성(43)씨가 성희롱 피해를 최초 폭로했던 김현진(23)씨를 상대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영동지원 민사단독 노승욱 판사는 최근 박씨가 "3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김씨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김씨가 박씨를 상대로 낸 성희롱 등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선 "1,100만 원을 배상하라"며 김씨 손을 들어줬다.
2016년 10월 고등학생이던 김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박씨의 성희롱 의혹을 제기했다. '박씨가 교복 입은 사진을 보내라고 했고, 교문 앞에서 기다리겠다는 말을 들었다'거나 '여자는 남자 맛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재판부는 김씨가 공개한 피해 내용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할 뿐 아니라 대체로 사실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김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이상, '박씨가 교복 입은 사진을 보내라고 하고, 교문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한 사실이 있다'고 게시한 내용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두 사람은 적어도 4차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섹스에 관한 시를 썼다, 여자는 남자 맛을 알아야 된다'고 말했을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김씨에게 성적 표현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거나 김씨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한 행위에 대해선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씨가 김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행위는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호의적 언동을 넘어 김씨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김씨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성 문인들이 김씨를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소송비용을 지원했다"며 "민사 2심뿐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박씨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씨 또한 25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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