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입양, 애정만으로는 시작하지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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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입양, 애정만으로는 시작하지마셔요

입력
2021.05.25 16:00
수정
2021.05.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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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박정윤올리브동물병원장


입양 당시 영천이. 박정윤 원장 제공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이 말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을 때 돈을 주고 사는 분양보다는 유기동물을 입양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입양은 사람도 동물도 아름다운 인연을 맺는다는 점에서 너무나 고무적이다. 병원에 신규로 오는 환자도 동물단체나 동물보호소에서 입양된 멍냥이들이 늘었다. 볼 때마다 따뜻한 차를 마신 것처럼 온기가 가득해지고 미소가 번진다.

하지만, 간혹 돈을 주고 사는 것보다도 덜 신중해 보이는 경우도 왕왕 있다. 입양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다시 파양되어 오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동물을 키워 볼 생각이 있던 차에 기왕이면 좋은 일 한다는 마음으로 보호소에서 데려갔다가 다시 돌려보낸다. 시작은 좋은 마음이었으리라 믿는다. 배변 훈련이 어려워 보내지거나 가족구성원이 알러지가 심해서 못 키우겠다고 돌려보내는 경우, 혹은 데려가 보니 병치레가 잦아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시추 영천이는 한 동물단체에서 구조된 강아지다. 번식장에서 있던 모견이라 어린 나이는 아니었다. 구조 후 필자의 병원에 잠시 머물렀다. 당시 가장 예쁘고 착한 아이라 가장 먼저 입양을 갔다. 그러나 1년 만에 다시 단체로 돌아왔다. 체중이 3㎏이나 늘고 기침을 심하게 하는 상태로. 영천이의 건강이 나빠진 것도 속상했지만, 1년을 가족이라 믿고 산 이들의 가정에서 보호소로 돌아온 그 마음이 어땠을지를 생각하면 울컥한다. 물론 입양자들이 학대를 했다거나 함부로 대했을 거란 망상 따윈 하지 않는다. 다만, 입양할 때 좀 더 신중하게 고려했다면 1년 전 영천이는 다른 가족에게 입양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사무칠 뿐이다.

입양을 하기 전엔 신중해야 한다. 불쌍한 마음만으로 평생을 함께할 수 없다. 동물을 대할 때 동정심은 시작단계에서는 좋아 보일지 몰라도 관계를 유지하고 양육하는 데에는 단점이 될 수 있다.


1년 만에 다시 단체로 돌아온 영천이. 박정윤 원장 제공



오래전 동물프로그램으로 얼굴이 알려지면서 가끔 마주해야 했던 불편한 사례들이 떠올랐다. 한번은 열 살쯤 되는 강아지를 데려오신 분이 있었다. 유기견을 데려와 8년을 키웠는데, 나이가 드니까 심장병이 생기고 아픈 데가 여러 군데 생겼다고 한참을 설명하셨다. 결론은 이랬다. 우리 아이는 유기견 출신이고 불쌍한 아이니 병원이나 단체에서 데려가 잘 치료해주고 다시 좋은 주인을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돈을 주고 샀건 보호소에서 데려왔건 ‘출신’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같이 살면서부터는 ‘우리집 출신’이다. 수년간 키우면서 쟤는 불쌍한 유기견이라고 생각하며 사는가? 내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따뜻한 가족의 품을 느껴보지 못했을 애라고 생각하며 바라보고 사는 건 아니지 않은가.

동물을 키운다는 건 밥을 주고 놀아주는 것뿐 아니라 의료적인 지원까지도 감당해야 한다. 또,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이가 든 동물을 돌보아야 하는 부분이 분명 포함되어 있다. 동정을 넘어선 다부진 책임과 의리가 더 중요하다. 연민이나 동정은 다른 대상에게 호의를 베푸는 데에는 중요한 감정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유기동물 입양이 무책임한 파양의 면죄부가 되는 건 옳지 않다.

이 글이 자칫 입양을 장려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입양을 한다는 것은 ‘평생,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다. 대부분 평생 책임질 거라 자부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처음부터 키우다 그만둘 생각으로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없다. 꼭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체크하자. 누구나 두 번 상처를 주는 장본인이 될 수 있다. 키울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 다시 단체로 보내도록 하는 제도는 입양되는 동물을 위함이지, 입양자의 보험 창구는 아니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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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의 으라차차 동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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