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의 시작을 알리는 각 팀 1번 타자들의 출루율 경쟁이 치열하다. 저마다 “4할 출루율”을 목표로 내세우며 팀 득점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25일 현재 가장 눈에 띄는 1번 타자는 역시 홍창기(28ㆍLG)다. 타율도 준수하고 출루율도 높다. 지난해 ‘부상선수 백업’으로 1번 타순 기회를 잡은 뒤 타율 0.279에 출루율 0.411을 기록하며 LG의 고질적 약점이던 ‘리드 오프’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더니, 올해는 ‘붙박이 1번’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올 시즌 타율은 3할(0.308)을 넘어섰고 출루율도 0.447(4위)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3할 타율, 4할 중반대 출루율’이라는 1번 타자 공식에 가장 적합한 성적을 내고 있다. 홍창기는 ‘타율 0.330’과 ‘출루율 0.400’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욕심나느냐는 질문에 “출루율”이라며 “올 시즌 끝날 때 출루율 4할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 정도 기록하면 1번 타자로서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볼넷 머신’으로 거듭난 정은원(21ㆍ한화)의 기량 향상도 눈에 띈다. 지난해(타율 0.248 출루율 0.362)보다 모든 공격 지표가 좋아졌다. 타율은 0.268지만, 볼넷은 무려 38개를 얻어내면서 이 부문 리그 1위다. 홈런은 아직 한 개도 없지만, 빠른 발과 주루 센스를 활용해 도루 7개를 기록 중이고 2루타(7개)와 3루타(2개)도 적절히 생산하는 ‘재빠른 똑딱이형 1번 타자’의 모범 사례다. 볼넷이 많으니 출루율은 리그 7위(0.422)까지 쑥 올라간다. 리그에서 타-출갭(타율-출루율간 차이)이 가장 크다. 상대 투수가 조심스럽게 승부했다기보단 정은원 스스로 공을 잘 골라내 얻은 볼넷이다. 지난 9일 잠실 LG전에서는 더블헤더에 1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6타수 3안타 3볼넷으로 ‘6출루’를 기록, 테이블세터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좀처럼 볼에 방망이를 내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초구 스윙률이 5.0%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그러다 보니 상대 투수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데, 타석당 투구 수도 4.66개로 리그 1위다. 수베로 한화 감독은 “기본적으로 선구안이 좋다”면서 “파울로 커트하거나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 능력이 있어 시간이 갈수록 완성형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번 타자 지표 비교(25일 현재)
타율 | 출루율 | BB / K | 타석당 투구 수 | |
---|---|---|---|---|
홍창기(LG) | 0.308 | 0.447 | 1.52(볼넷 2위) | 4.23개 |
정은원(한화) | 0.268 | 0.422 | 1.31(볼넷 1위) | 4.66개(1위) |
조용호(KT) | 0.268 | 0.406 | 1.61(볼넷 3위) | 4.19개 |
지난해 ‘용호 놀이’의 주인공 조용호(32·KT) 역시 여전히 좋은 활약을 보인다. 리그 초반 팀 사정상 타순에 변화를 겪는 등 타율(0.268)은 지난해 타율(0.296)에 미치지 못하지만 출루율은 리그 10위(0.406)로 지난해(0.392)를 웃돈다. 특히 ‘눈 야구’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히는 볼넷/삼진 비율(볼삼비)이 1.61개(4위)로 리그 최상위권이다. 홍창기(1.52) 정은원(1.31)보다 높다. 삼진 1번 당할 때 볼넷은 1.61개를 골라 출루한다는 뜻이다. 타석당 투구 수 역시 4.19개(17위)로, 타석에서 소득 없이 물러나지 않고 어떻게든 상대 투수를 괴롭힌다. 조용호는 “팀에서 내 역할은 타율보다 출루에 맞춰져 있다. 출루율 4할이 목표다”라며 “다만 득점권 기회일 땐 콘택트에도 신경 쓰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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