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V자형’ 회복을 보이던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정부의 지원책 종료까지 겹치면서 장기적인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4월 글로벌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했다. 가장 큰 성장은 중국에서 주도했다. 1~4월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증가했다. 사전에 확보해 둔 반도체 재고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미국 시장의 판매량은 재정부양책과 백신 접종 확대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9.1% 늘었다. 유럽 지역 판매량의 경우엔 친환경차 인기와 더불어 전년 동기에 비해 23.1% 증가했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어둡다. 예상보다 길어진 반도체 수급난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타 업종에서의 재고 물량 확보 경쟁 심화와 친환경차 시장의 급성장 등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차량용 대신 수익성 높은 정보기술(IT) 기기용 제품에 치중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의 행보 역시 부정적이다. 실제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개인용컴퓨터(PC) 출하량은 6,990만 대로, 작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이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중국의 공격적인 수입 행보 또한 반도체 수급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의 올해 1분기 반도체 수입액은 작년 동기 대비 30% 늘었고, 2019년 1분기에 비해선 43% 증가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소요량이 일반 내연기관차 대비 최대 5배 많은 친환경차 시장이 작년에 41%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각국의 전기차 보급 지원 확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반도체 수급난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원유, 철강, 구리 등 기타 원자재와 해상운송 수요 급증 등도 자동차 업계엔 걸림돌이다. 구리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달 대비 11.8% 증가, 최근 10년 중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내수시장 수요 둔화 조짐도 걱정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내수 판매를 기록한 국내 자동차 시장의 1∼4월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6.7% 증가, 상대적으로 선전했지만 국산차 판매는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고 있다. 당장 6월 자동차 개별소비세 30% 감면이 종료되고, 현재 수요가 가장 높은 하이브리드차 취득세·개소세 감면이 올해 말 끝난다.
정만기 KAMA 회장은 ”단기적으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무 유예, 탄력 근로제 한시적 확대·요건 완화 등 생산 유연성을 제고하고 내수가 급격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개소세 30% 감면 등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민관 협력을 통한 고성능 반도체 중심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기반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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