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디지털화폐, 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연구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모의실험을 위해 용역 사업을 의뢰한다. 가상환경에서 CBDC의 발행부터 유통, 사용까지 '화폐의 일생' 과정을 거쳐보며 현실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24일 한은은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 요청서를 자체 홈페이지와 조달청을 통해 공개했다. 사업 기간은 올해 8월부터 10개월 이내이며, 예산은 49억6,000만 원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술 평가와 협상을 거쳐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라며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 CBDC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오픈소스 기반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테스트는 한은이 CBDC 제조와 발행·환수 업무를 맡고, 금융기관이나 빅테크· 핀테크 등 민간이 이를 유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현금 발행 과정과 유사한 시스템을 가정하고 가상환경에서 CBDC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시스템에는 분산원장기술이 사용되는데, 이는 기존의 중앙집중식 시스템과 달리 각 노드(연결지점)가 동시에 데이터를 공유해 시스템 안정성과 보안성,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먼저 올해 말까지는 CBDC의 기본적인 화폐로서의 기능, 즉 발행부터 유통, 환수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 예금을 교환하거나 타 계좌로 송금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CBDC가 활용될 수 있을지 테스트가 이뤄진다. 이후 내년 6월까지 진행되는 2단계 사업에서는 국가 간 송금과 오프라인 결제, 디지털 자산 구매 등 한 단계 더 나아간 실험을 진행한다.
유희준 한은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기술반장은 "이번 테스트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CBDC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를 살펴보고, 추가검증이 필요할 경우 이후 실험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앞서 한은이 "당장은 CBDC 발행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공언했던 만큼, 이번 실험은 CBDC 도입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 윤성관 디지털화폐기술반 팀장은 "미래 지급결제 환경이 급변할 것에 대비해 CBDC를 연구 중인 것"이라며 "향후 현금 이용량이 크게 감소하는 상황이 온다면 화폐처럼 안전한 공공 지급수단으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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