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선지자 바울은 ‘여성이 해산함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말합니다. 가끔 이 말을 붙잡고 여성 신도들에게 왜 결혼해서 애를 낳지 않느냐고 묻는 목사님들이 있으세요. 하지만 성경의 텍스트를 21세기에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시대착오적이고 반성경적이죠. 하나님의 계시라면 남자와 여자, 고대와 현대의 모두에게 기쁜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백소영 강남대 기독교학과 교수
성경에서 여성은 주로 돕는 역할로 그려진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경우, 교회는 가부장적으로 운영되기 쉽다. 실제로 교단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총회 대의원은 대다수가 남성이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여성 대의원 비율은 가장 높은 교단조차 17%에 그쳤다. 기독교 문화가 여성을 억압한다는 평가가 끊이질 않는 이유다. 때로는 교리 자체가 가부장적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여성학을 연구해온 백소영 강남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그러한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신 일부 교회가 성경을 성차별적으로 오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성경이 수천 년 동안 구전되는 과정에서 가부장적 시각이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이야기다. 그러한 역사성을 걷어내야만 성경은 시간까지 초월한 모두에게 기쁜 이야기로 바로 선다고 강조한다. 여성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진 교회의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면 페미니즘적 성경 읽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20일 경기 용인시 강남대 연구실에서 만난 백 교수는 성경 해석도 시대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고 성차별주의가 팽배했던 과거에는 성경을 남성 중심적으로만 해석해도 별 문제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남녀가 동등한 지위를 갖는 현대에까지 이러한 해석을 적용하려 한다면 모든 신자를 포용하기란 불가능하다. 백 교수는 여성을 낮춰 보는 성경 구절들에 대해서 “인간이 갖는 유한성 속에서 문화적 한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경 역시 시대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페미니즘적 성경 읽기는 성경에 스며든 역사성, 가부장적 시각을 걷어내고 성경을 올바로 읽으려는 노력이다. 이는 ‘여성주의적 미드라쉬 성경 읽기’라고도 불린다. 성경 원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거기에 숨겨진 전언을 찾아내는 해석법이다. 백 교수는 “단어나 구절이 말하지 않는, 남성이 접어 놓은 부분의 배경을 상상한다”면서 “이야기에 살을 붙이면서 맥락을 찾아가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예수의 첫 여성 제자들 중 하나인 베다니 마리아는 4대 복음서 가운데 요한복음에만 이름이 기록됐다. 다른 복음서들은 ‘한 여자’라고 표현한다. 백 교수는 이를 “그때부터 예수님의 제자 중 하나가 여자임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존재했다”고 해석한다. 이어서 백 교수는 성경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들을 남성의 부속물처럼 해석하는 ‘성경적 여성관’을 부정했다. 성경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살고 있어서 이들을 하나의 형상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성경 속 남성의 역할을 물으면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여성은 ‘누구의 아내, 어머니’로 범주화된 이유가 남자들의 관점으로만 성경이 해석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성차별적 문화와 성경 해석을 버려야 교회가 산다고 강조했다. 그러지 못한다면 믿음을 전할 터전이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오늘날에도 여성 목사를 배출하지 않는 교단이 있을 만큼 교회가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 교수는 “여의사와 여법관, 여교수라는 말을 점차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여성 목회자를 평가할 때 ‘여성’이란 성별보다 지도력을 주목하는 세상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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