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때마다 CEO 진땀 흘렸던 통신사
올해 들어 KT, SKT 모두 30% 이상 성장
안정적 통신 매출에 비통신 사업 성과
그동안 통신업계 주주총회장에선 곤혹스러운 표정의 최고경영자(CEO) 모습은 수시로 목격됐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사 주가에 주주들 앞에서 진땀을 흘려왔기 때문이다. 그랬던 통신사가 최근 들어선 주식시장에서의 상한가로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수혜와 함께 꾸준히 육성해왔던 비통신 사업의 성과로 상향 조정된 기업가치 덕분이다.
카카오 3배 오르는 사이 지지부진했던 통신사 주가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의 이날 주가는 연초(2만3,800원) 대비 36%가량 오른 3만2,600원으로 마무리됐다. SK텔레콤 역시 올해 초 23만7,000원에서 현재 31만4,500원으로 32%가량 상승했다.
당초 KT와 SK텔레콤의 주가는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이 코로나19 이후 주가가 2~3배씩 성장한 것과 달리 수년째 박스권을 형성해왔다. 심지어 KT는 2010년대 5만 원대에서 10년 이상 우하향하면서 지난해 3월엔 1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해 초 취임 직후 "주가에 기업가치가 반영되지 않는 것이 고민"이라며 주가 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5월엔 증권사 통신 담당 애널리스트를 초청, 기업가치 재평가의 필요성까지 적극 강조했다.
구 대표 부임 이후 KT는 본격적인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데이터센터(IDC)와 클라우드 사업 등 기업 대 기업(B2B)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올해 초 미디어 사업 컨트롤타워인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는 등 플랫폼 회사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시장에서 KT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구 대표는 지난 21일 다시 한번 통신 애널리스트와의 자리를 가지면서 2022년 별도 매출액 19조 원, 영업이익 1조 원 등 연간 두 자릿수대 이상의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2025년에는 B2B 플랫폼 사업 비중을 전체 매출액의 50%까지 확대하면서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통신사의 꼬리표도 떼어낼 계획이다.
KT·SKT 모두 비통신 전략 통했다
SK텔레콤 역시 최근 주가가 30만 원을 넘어가면서 2000년 7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지난 3월 1분기 주주총회 때만 해도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장세에서 가장 소외되는 것이 통신주라지만 그걸 핑계로 말할 수 없다"며 "저를 비롯한 많은 경영진이 더 반성해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어서 발표된 기업 지배구조 개편 계획 소식에 기업가치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SK텔레콤은 통신사업회사와 투자전문기업으로 분리, 비통신 사업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는 동시에 모빌리티(티맵), 커머스(11번가), 보안(ADT캡스) 등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발행주식의 11%에 달하는 총 2조6,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주가 띄우기에도 나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통신사 주식은 '가치주'도 '성장주'도 아닌 '통신주'로 따로 묶이는 굴욕을 맛봤다"며 "이에 기업들이 비통신 사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안정적인 통신 매출을 기반으로 비통신 사업까지 성과를 내며 가치를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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