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로 꽉 찬 전동차 '콩나물시루'?
시민들 "고행길 같은 출퇴근길 반복"
촛불행진 등 집단 반발 갈수록 거세져
"서울 직결 GTX-D 노선이? 대안 " 촉구
21일 오전 7시 경기 김포시 김포골드라인 장기역 승강장. 시발역(양촌역)에서 김포공항 방면으로 가는 4번째 역에 멈춰선 2량짜리 열차는 이미 만원이다. 김포공항 방향의 운양역, 걸포북변역을 지나자 객차는 그야말로 콩나물시루, 이쑤시개 통으로 변한다. 사우·풍무·고촌역에선 탑승 거부도 빚어졌다. 참다 못한 승객들이 '배치기'로 밀어붙이자 여기저기서 ‘어머’ ‘악’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호흡 곤란, 넘어지는 사고도 종종 일어나는 현장이다. 강남으로 출근하는 한 회사원은 “열차 3~5대를 보내는 건 기본이고, 7대까지 보내고 탄 적도 있다”며 “외부에선 GTX-D 노선 서울 직결 요구가 ‘떼쓰기’ ‘집값 때문’이라고 비판하지만, 김포에 사는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 노선의 ‘강남 직결’을 요구하는 김포와 인천 검단 주민들의 시위는 22일 오후에도 이어졌다. 시내 곳곳엔 “GTX-D 노선 강남 직결, 5호선(한강선) 김포 연장 촉구”, “교통지옥 해결하라” 등의 현수막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풍무동 풍무센트럴푸르지오 단지에서 만난 입주민 이의연(65)씨는 “김포 주민 대부분이 서울로 출퇴근하는데, 수요도 없는 부천행 GTX 노선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어린 아이들을 대동해 이곳 주민들이 정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3주째 반기를 들고 나선 배경은 지옥길 같은 출근길뿐만은 아니다. 김포는 2010년 한강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한 뒤 2011년 25만 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47만 명까지 불었다. 그러나 주요 교통망은 2019년 개통한 김포골드라인이 사실상 전부다. 주민 박모(36)씨는 “서울 바로 옆에다 신도시를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우리한테 왜 이러느냐”며 “정부가 진짜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격정을 토해냈다.
열악한 도시철도 이용 여건은 각종 수치로 입증된다. 지난해 10월 기준 김포공항역 혼잡도(전동차 1량 정원 대비 탑승 인원 비율)는 285%를 기록했다. 전동차 정원이 172명(1㎡당 3명)이나, 출퇴근 시간대 3배 가까이 많은 탑승객이 이용한다는 의미다. 역 전체의 혼잡도도 185%에 달한다.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예측 150%)를 잘못 예측한 측면도 있지만, 애초 골드라인만으로 서울 방면 수요를 감당하려 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포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림픽대로도 일부 확장됐지만, 도로 확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로 치솟은 집값에 떠밀려 나온 사람들이 김포-부천선 발표에 또 한번 더 울고 있다”고 전했다. 김포시민들의 단체 행동을 '생떼'로 봐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집단 반발 움직임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3일 기준 ‘GTX-D 원안사수, 서울 5호선 김포연장(김포한강선) 촉구’ 범시민 서명운동에 동참한 시민들은 20만 명을 넘어섰다. 8일부터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촛불행진 기세도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갈수록 출퇴근 교통 혼잡이 극심해지고 있다”며 “서울 직결 GTX-D 노선과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