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두고 내린 휴대폰 즉각 반환 안 해
檢, 휴대폰 불법 취득하려 한 혐의 적용
법원 "물건 반환받으려면 보상금 지급해야"
휴대폰을 두고 내린 승객에게 사례금을 요구한 택시기사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례금을 달라고 한 행위만으론 휴대폰을 불법 취득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남신향 판사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김모(6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승객이 택시에 두고 내린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1시간 전쯤 택시에서 내린 A씨였다. 김씨는 "휴대폰을 돌려주러 갈 테니 가는 거리만큼 택시비를 달라"고 하자, A씨는 "근처로 친구를 보내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이 이후 전화로 실랑이를 하던 중, 김씨가 "설마 빈손으로 오진 않겠죠"라며 A씨에게 사례금을 요구하는 의사를 내비쳤다. A씨는 그러자 김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김씨가 휴대폰을 돌려주지 않고 가지려 했다고 보고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를 적용해 벌금 5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도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김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남 판사는 '물건을 반환받는 자는 물건가액의 5~20% 이하 범위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 유실물법을 무죄 근거로 제시했다. 남 판사는 "'빈손으로 오진 않겠죠'라는 발언을 금액을 정하지 않은 사례금을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하더라도, 이런 점만으로 김씨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남 판사는 "김씨가 분실물 습득의 사후처리절차를 소홀히 하고 사례금을 거절하는 듯한 A씨 태도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까지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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