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가사근로자(가사·육아 도우미)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가사근로자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시행에 들어가면 정부의 기대대로 가사근로자들의 노동권이 크게 향상될까. 전문가들은 여전히 고개를 젓고 있다. 강제성은 없고, 영세한 인력업체는 많아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적절한 '당근'을 제시하지 못하면 법이 사실상 사문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의 목표는 가사근로자법 시행 5년 이내에 가사근로자로 추산되는 14만여 명 가운데 30~50%가 법 적용을 받는 것이다.
의외로 낮은 수치인데, 이마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밋및 전망'이란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요구 △중개업체 법인들의 의견 수렴 △'정부 인증'이 줄 영업 신뢰도 상승 효과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법 적용 여부를 업체 자율에 맡겨둔 이유다.
하지만 인력업체가 가사근로자법 적용을 받기로 하는 순간 연차, 유급휴가에다 최저임금, 4대보험, 퇴직금 등을 보장해야 한다. 가사근로자는 직업소개소, 중개업체, 온라인 플랫폼 업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 하는데, 이 가운데 인력을 중개해주는 업체만 해도 1만5,000여 개로 추산된다. 이들 업체들의 규모는 천차만별이어서 이 가운데 몇 군데가 '정부 인증'을 인정받기 위해 법 적용을 받겠다고 나설지 알 수 없다. 사정이 열악한 영세업체들일수록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시민단체 ‘일과건강’의 한인임 사무처장은 “정부 인증을 받지 않은 비인증 업체들이라 해도 돈 좀 더 주겠다고 하면 당장 돈이 급한 사람은 거기에 갈 수밖에 없다"며 “유럽처럼 정부인증을 받지 않으면 인력업체를 할 수 없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입법 취지나 정부 의도와 달리 오히려 비인증업체 종사자들의 노동권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온라인 플랫폼들은 참여 의지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온라인을 통해 파트타임 일을 구하려는 이들이 많다보니 가사근로자임을 굳이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다.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은 “주로 단기간 일하는 젊은층의 가사노동자가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노무정보를 다 드러내야 하고, 노무비용 부담은 커지는 정부 인증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고령층의 전업 가사노동자가 주로 이용하는 중개업체 법인이나 비영리단체에만 법 적용이 한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세업체와 플랫폼 종사자가 원하는 실질적인 ‘당근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은진 본부장은 “영세업체들도 중개시장이 점점 플랫폼 쪽으로 기우는데 따른 위기감이 있다”며 “이들을 지역단위로 묶어 플랫폼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증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제도 안착 방안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인증업체에 한해 세제·예산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담당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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