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가사노동권 대폭 향상된다고? “영세업체 ‘당근’ 없인 효과 없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가사노동권 대폭 향상된다고? “영세업체 ‘당근’ 없인 효과 없다”

입력
2021.05.24 09:00
17면
0 0
가사근로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사근로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1일 가사근로자(가사·육아 도우미)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가사근로자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시행에 들어가면 정부의 기대대로 가사근로자들의 노동권이 크게 향상될까. 전문가들은 여전히 고개를 젓고 있다. 강제성은 없고, 영세한 인력업체는 많아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적절한 '당근'을 제시하지 못하면 법이 사실상 사문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의 목표는 가사근로자법 시행 5년 이내에 가사근로자로 추산되는 14만여 명 가운데 30~50%가 법 적용을 받는 것이다.

의외로 낮은 수치인데, 이마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밋및 전망'이란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요구 △중개업체 법인들의 의견 수렴 △'정부 인증'이 줄 영업 신뢰도 상승 효과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법 적용 여부를 업체 자율에 맡겨둔 이유다.

하지만 인력업체가 가사근로자법 적용을 받기로 하는 순간 연차, 유급휴가에다 최저임금, 4대보험, 퇴직금 등을 보장해야 한다. 가사근로자는 직업소개소, 중개업체, 온라인 플랫폼 업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 하는데, 이 가운데 인력을 중개해주는 업체만 해도 1만5,000여 개로 추산된다. 이들 업체들의 규모는 천차만별이어서 이 가운데 몇 군데가 '정부 인증'을 인정받기 위해 법 적용을 받겠다고 나설지 알 수 없다. 사정이 열악한 영세업체들일수록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시민단체 ‘일과건강’의 한인임 사무처장은 “정부 인증을 받지 않은 비인증 업체들이라 해도 돈 좀 더 주겠다고 하면 당장 돈이 급한 사람은 거기에 갈 수밖에 없다"며 “유럽처럼 정부인증을 받지 않으면 인력업체를 할 수 없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입법 취지나 정부 의도와 달리 오히려 비인증업체 종사자들의 노동권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온라인 플랫폼들은 참여 의지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온라인을 통해 파트타임 일을 구하려는 이들이 많다보니 가사근로자임을 굳이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다.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은 “주로 단기간 일하는 젊은층의 가사노동자가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노무정보를 다 드러내야 하고, 노무비용 부담은 커지는 정부 인증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고령층의 전업 가사노동자가 주로 이용하는 중개업체 법인이나 비영리단체에만 법 적용이 한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세업체와 플랫폼 종사자가 원하는 실질적인 ‘당근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은진 본부장은 “영세업체들도 중개시장이 점점 플랫폼 쪽으로 기우는데 따른 위기감이 있다”며 “이들을 지역단위로 묶어 플랫폼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증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제도 안착 방안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인증업체에 한해 세제·예산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담당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