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에 욕설·협박 관리소장 벌금 100만 원
경비원 해고·폭행 등 갑질 여전히 곳곳 발생
"입주자대표회의에 법적 책임 부과해야" 지적
"내가 누군줄 알아 이 XX야!"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의 60대 경비원 A씨는 지난해 6월 아파트 관리소장을 찾아가 면담 요청을 했다. 동 대표가 경비원들에게 반말을 일삼자 반말을 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관리소장에게 돌아온 건 욕설과 협박이었다. 관리소장 박모(59)씨는 "어디서 함부로 XX이야. X수작 말아. 너 한번 죽어볼래. 이 XXX 때려 죽여버리겠다"고 욕설을 하며, A씨를 향해 주변에 있던 철제 의자를 들어 올렸다.
박씨는 지난해 9월 특수협박 혐의로 약식기소됐다가 같은 해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진상범 판사는 관리소장 박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달 말 노원구 중계그린아파트에선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경비원 44명 중 16명이 하루아침에 문자 한 통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용역업체 측에서 보내온 문자에는 "애석하게도 같이 근무할 수 없음을 통보드립니다~^^"라며 웃음 이모티콘이 담긴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참다 못한 입주민 700여 명이 "불성실하지도 않았고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는데 해고했다"며 용역업체 조치에 항의하며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선 입주민 폭언·폭행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발생했다. 입주민 심모(50)씨는 이중주차 문제로 경비원이었던 고(故) 최희석씨를 여러 차례 폭행했고, 최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경비실 화장실로 끌고 가 감금하고 폭행했다. 심씨는 1심에서 상해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했고, 26일 서울고법에서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경비원들을 향한 갑질이 멈추지 않는 데에는 구조적 요인도 한몫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업무 외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금지하고 있고 괴롭힘 금지 내용을 담은 시행령도 최근 개정됐지만,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119 윤지영 변호사는 "입주민이 고용관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어 경비원들은 입주민이 요구하면 부당한 지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입주민이 위탁업체에 민원을 넣으면 경비원을 해고할 수 있는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입주자대표회의를 경비원에 대한 법적 사용자로 인정해, 부당 행위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사영 한국공인노무사회 이사는 "입주민들은 법적 사용자가 아니어서 부당 행위가 발생해도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입주자대표회의를 법적 사용자로 인정하면 관리사무소나 용역업체 갑질 문제 등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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