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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의 기자 해고, 극우 사이버불링에 굴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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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의 기자 해고, 극우 사이버불링에 굴복했나

입력
2021.05.23 14:40
수정
2021.05.23 15:03
0 0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 전력 유대인 기자
유력 정치인 공격받은 가운데 해고

언론인들이 15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가자지구에 있는 AP통신과 알자지라 등이 입주한 건물이 폭격당한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언론인들이 15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가자지구에 있는 AP통신과 알자지라 등이 입주한 건물이 폭격당한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미국의 비영리 통신사 AP통신이 팔레스타인 인권 운동을 벌인 전력이 있는 유대인 기자를 해고해 비판받고 있다. 해당 기자는 공화당 정치인을 비롯해 극우 성향 네티즌들로부터 온라인 집단 공격(사이버불링)을 당했으나 AP가 소속 기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채용 한 달도 안 돼 해고하면서 명확한 이유도 대지 않아 논란을 불렀다.

AP통신사 및 미국 언론에 따르면, AP는 20일(현지시간) 에밀리 와일더 기자를 회사의 소셜미디어(SNS)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와일더는 "회사가 내가 입사한 5월 3일부터 20일 사이 특정 SNS 활동이 정책 위반이라는 이유로 나를 해고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위반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했다.

AP통신 측 대변인은 이를 확인하면서 "모든 AP 기자들은 분쟁이나 다른 사안에 대해 보도하면서 공정성과 정확성을 보장받기 위해서 특정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와일더가 해고되기 앞서 지난 며칠 동안 과격 보수파 유명인사의 비판을 받고 사이버불링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AP가 젊은 기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와일더는 자신의 SNS에 "편집진은 내가 톰 코튼 상원의원과 벤 샤피로, 로버트 스펜서 같은 유력 보수 인사들의 공격을 받고, 성차별,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폭력적 공격(사이버불링)을 당하는 동안 나를 보호하고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나는 해고됐다"고 밝혔다.

이 공격은 앞서 17일 그가 졸업한 스탠퍼드대의 공화당 지지모임이 그가 친 팔레스타인, 반 이스라엘 정부 발언을 했다는 것을 알리면서 나왔다. 와일더는 "나는 내 전력을 투명히 공개했고 AP 측도 과거 활동으로 나를 처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AP로부터 해고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힌 에밀리 와일더 트위터.

AP로부터 해고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힌 에밀리 와일더 트위터.



와일더 자신은 유대인이지만, 억만장자인 셸던 애덜슨을 비롯해 유대민족주의자(시오니스트)들을 비판한 전력이 있다.

우파 진영은 와일더가 AP에 고용된 것과, 이스라엘 정보국 주장에 따르자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군사 정보국과 같은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입주해 있었다는 것을 이유로 AP의 객관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AP와 카타르 언론 알자지라가 입주한 가자 지구 사무소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 이것이 가자 지구 소식을 외부로 알리는 것을 막기 위한 공격이란 비판이 일자 이스라엘군이 내놓은 해명이 바로 그 건물에 하마스가 입주했다는 것이었다.

와일더는 10개월 동안 지역지 애리조나리퍼블릭에서 일한 후 AP통신으로 회사를 옮긴 상태였다. 그는 22일 SNS에 "나는 '객관성'을 빙자한 비대칭적인 규범 적용의 수많은 피해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며 "AP 같은 언론사가 익명의 괴롭힘을 가하는 이들에게 가장 약한 이들을 제물로 바친다면 누가 기자를 직업으로 삼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다른 언론계 종사자들도 와일더를 지지했다. AP의 편집자 및 기술직원을 대변하는 노조 뉴스미디어길드는 "와일더의 해고에 관해 조사하고 있으며 회사에 질의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뉴욕매거진은 최근 CNN의 간판 앵커 크리스 쿠오모가 형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성추문 대책 회의에 참석했지만 여전히 직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늘날 언론계는 발언권이 센 사람에는 굴복하고 가장 약한 고리만 쳐내면서 자기 직원과 독자 모두를 실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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