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구세주성당에서 키릴(오른쪽 두 번째)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와 면담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 제공
러시아를 방문 중인 박병석 국회의장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정교회 수장이자 신자들의 ‘정신적 지주’인 키릴 총대주교를 만나 남북한 동시 방문을 요청했다. 남북한을 모두 방문한 적이 있는 키릴 총대주교는 한반도 평화 기원과 남북한 방문을 약속하며 "남북 통일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모스크바 구세주성당을 찾아 키릴 총대주교를 면담하고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 애써주시는 총대주교님께 경의를 표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되는 대로 남북한을 동시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한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룬 민족"이라며 "한국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민족 번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남북한과의 깊은 인연을 언급하고 "지금은 하나의 민족이 두 나라에 살게 됐지만, 언젠가 한 나라에 살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기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한국을 방문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방문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 정교회가 한국 내에서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에 러시아 정교회 성당이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보이며 "북한 내 러시아 정교회 성당과 한국에 생기게 될 성당이 남북 통일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라며 "귀국하는 대로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키릴 총대주교의 저서인 '자유와 책임'의 한국어판을 선물했고, 키릴 총대주교는 이 책의 러시아어판을 박 의장에게 선물했다. 이날 면담에는 박 의장 내외와 이석배 주러시아 대사가 참석했다. 키릴 총대주교 측에선 세르게이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교구장과 페트롭스키 총대주교 대외관광 비서관이 박 의장 일행을 맞았다. 박 의장은 면담 후 구세주성당 방명록에 "세계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정교분리가 원칙이지만 러시아연방 내 러시아 정교회 신자는 약 9,700만 명으로 러시아계 인구의 89%로 추산된다. 사실상 러시아의 정신적 지주이자 국교로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2009년 즉위한 키릴 총대주교는 개혁성향 성직자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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