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중앙지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심상찮게 전개되고 있다. 법무부의 유출자 징계 방침에 ‘징계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불거지자, 법무부가 한발 나아가 형사처벌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논란이 점차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징계 불가 사안’이라는 불만이 검찰 안팎에 가득한 상황에서 법무부가 실제로 수사와 형사처벌을 강행할 경우, 한동안 잠잠했던 법무부와 검찰간 충돌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1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공소장 유출은) 대단히 엄중한 사안으로 징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위법의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징계 사유”라고 했었던 공소장 유출 건을 이젠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며 심각성의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수사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인다. 박 장관이 이날 바로 “(처벌할 계획에 대해 얘기하면) 수사지휘가 되니까 지금 단계에서는 말하기 조금 이르다”라고 한발 빼긴 했지만, 그가 연일 공소장 유출을 비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언제든 ‘수사 지휘’의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사지휘가 아니라도 감찰을 진행 중인 대검찰청(감찰1·3과, 정보통신과)이 박 장관의 의중에 따라 수사로 전환해 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내에서는 당장 불만이 감지된다. 이 지검장이 기소가 된 마당에, '수사 기밀'도 아니고 어차피 법정에서 드러날 공소 사실을 일찍 공개한 행위를 두고 징계도 모자라 형사처벌까지 예고하는 걸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공표하는 것을 금지하는 피의사실공표죄(형법 제126조)나 직무상 의무 위반이나 검사의 위신 손상을 징계하는 규정(검사징계법 제2조) 어디에도 징계나 처벌의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불만은 박 장관의 '저의'에 대한 의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기소 여부를 논의한 대검 부장회의 표결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자 유출 경위를 감찰하라고 지시했고, 지난달엔 이른바 ‘청와대(發) 기획사정 의혹’ 수사 상황이 언론에 유출된 경위를 살피라고 지시를 내렸던 일련의 흐름이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재경지검의 간부급 검사는 “결국 처벌이나 징계의 대상자가 검사라는 점에서, 장관으로서 검찰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장관과 법무부 입장은 확고하다. 피의사실공표죄나 검사징계법이 아니더라도, 이번 공소장 유출에 국가공무원법상 비밀엄수 의무나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조국 전 장관 재직 시절에 만들어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위반으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박 장관은 이날 발언을 통해 “형사사법 정보를 누설·유출하는 경우 처벌 조항(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이 있다”면서 엄정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징계와 처벌 규정은 결국 해석의 문제로 누가 맞는지 지금 단계에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며 “다만 장관의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계속 쌓인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오수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취임한다면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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