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 을숙도 역사 돌아보게 하는
생태환경 기획전 '시간여행사 타임워커' 선보여
낙동강 끝자락에 위치한 섬, 을숙도는 사연 많은 땅이다. 철새들의 낙원이었던 이곳에는 1990년대 분뇨처리장과 쓰레기 매립장이 있었다. 복원 사업으로 예전의 모습을 찾긴 했지만, 을숙도는 아픔을 간직한 땅이다.
을숙도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을숙도에 자리한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문제를 풀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탈출 게임 형식의 ‘시간여행사 타임워커’ 전시다.
전시는 가상의 여행사 ‘타임워커’가 개발한 시간여행 투어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을숙도 타임 투어 티켓을 받아 들고 타임머신에 탑승하면 여행이 시작된다. 이를 위해 유명 SF 작가 심너울이 타임워커를 중심으로 한 소설을 썼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관람객들이 누비고 다닐 공간을 구성하고, 이에 맞게 작품을 만들었다. 김진휘 문진욱 이완 황문정 안성석 정이삭 작가와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연구하는 중앙대FMA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벽에 걸린 그림, 바닥에 설치된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와는 차원이 다르다. 전시장 곳곳을 샅샅이 뒤져 단서를 찾아야 한다. 문제를 풀어야 다음 방으로 넘어갈 수 있다. 여러 명이 찾은 단서들을 조합하면 조금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고등학생이 풀 수 있는 수준의 문제라는 게 미술관 측의 설명이지만, 생각만큼 쉽진 않다. 가장 빨리 문제를 푼 팀은 37분이 걸렸다. 문제 푸는 시간이 너무 지체되면(60분 이상) 직원이 출동하는 ‘굴욕’을 당할 수 있다. 도무지 답을 찾기 힘든 문제 앞에서 낙담할 수 있지만, 비밀번호를 알아내 방을 하나씩 탈출할 때면 쾌감이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1시간 안에 돌아오면 탈출은 성공”이라며 “성공한 참여자들에게는 보상으로 심너울의 원작 소설 ‘시간방랑자’를 무료로 증정한다”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을 얻어갈 수도 있다. 예컨대 이동 중 갑자기 공중화장실에 들어선 것처럼 여러 칸의 화장실이 나오는데, 이완 작가의 설치작인 ‘을숙도 공중화장실’은 과거 을숙도가 분뇨해양처리장으로 이용됐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탈출 직전 마지막 공간에서는 유토피아적인 미래가 펼쳐진다. 사방에서 나오는 영상을 통해 자연이 주는 황홀감을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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